'담배,함께끊어요' ① “아빠, 사랑해요” … 최고의 특효약 ”  -2008.02 중앙일보-펌글-



[중앙일보 고종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담배를 끊을 수 있다?’ 2월은 새해 들어 금연을 시도했던 사람들이 고통과 좌절감을 느끼는 시기. 금연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흡연 욕구에 시달리고, 유혹을 이기지 못해 담배를 다시 구입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를 탓하며 괴로워한다. 금연이 어려운 것은 흡연이 습관이나 기호가 아닌 중독이기 때문. 따라서 다른 질병처럼 의사의 상담과 치료, 여기에 가족의 사랑, 정부의 관심과 정책이 어우러질 때 성공률이 높아진다. 이 땅에서 흡연에 의한 질병을 몰아내기 위한 ‘담배, 함께 끊어요’ 캠페인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해 금연에 성공한 김기철(70·가명)씨. 50년 동안 하루 2갑씩 담배를 피워 온 골초였다. 실패를 거듭했던 금연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적극적인 도움 덕. 아내는 집 안의 라이터·재떨이를 모두 치웠고, 매일 홍삼 달인 물을 얼려 줬다. 아들과 손녀는 수시로 전화를 해 의지를 북돋웠다. 특히 아내의 권유로 병원에서 니코틴 중독 테스트를 받고 의사의 꾸준한 상담 치료와 함께 ‘먹는 금연보조제’를 처방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 처방약이 금단 증상과 흡연 욕구를 조절해 금연이 어렵지 않았던 것.

#’바가지’대신 격려를

흡연자의 아내라면 한 번쯤은 긁는 ‘바가지’. 실제 지난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편의 흡연으로 부부의 56%가 갈등을 경험했다. 하지만 ‘남자가 그깟 담배 못 끊나’ 또는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핀잔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연 실패자는 ‘난 안 돼’식의 자괴감에 빠지기 쉬워 향후 금연 의지를 잃을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금연성공률은 4.3회의 실패를 거친다. 따라서 금연을 ‘독촉’하기보다 ‘할 수 있다’는 식의 격려가 중요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조사에선 흡연자의 72%가 금연 성공에 아내·자녀의 독려가 가장 중요했다고 응답했다.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박사는 “금연 의지를 북돋우는 데 가족의 응원은 절대적”이라며 “자녀의 메시지 카드나 응원 문자 등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상담 등 전문 치료를 받도록 권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연 시 무작정 의지 또는 니코틴 대체제 등을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지로 성공한 비율은 5% 이하, 니코틴 대체제의 경우도 15~20%에 그친다. 담배를 끊었다 피웠다를 반복하면 더 깊은 니코틴 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실패를 반복할 때는 전문 치료기관을 찾아 중독 정도와 흡연 습관을 점검하고,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실패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지름길이다.  

#담배 생각나지 않는 환경을

‘반딧불족’. 밤에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일컫는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추운 겨울에도 이곳까지 나오는 모습이 가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도 안심은 금물. 최근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는 ‘부모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왔더라도 자녀의 니코틴 검출량이 비흡연자 가정 영아보다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논문을 실어 충격을 줬다. 또한 간접 흡연이라도 아내의 폐암 위험률은 최고 4배까지 증가한다. 따라서 가족이 나서 기존 흡연 공간을 ‘금연하는 공간’으로 바꾸도록 한다. 연구에 의하면 흡연 욕구는 5분이 지나면 뚝 떨어진다. 5분을 견딜 수 있는 가정 내 금연환경 조성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베란다에 있는 재떨이는 모조리 치우고, 식물·화초·꽃 등을 놓아 작은 정원으로 만든다. 가족 이름이 적힌 화분을 만들어 금연 나무를 키우는 것도 좋다.  

#금연 돕는 식단 짜기

자극적이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흡연 욕구를 증가시키므로 가급적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짠다. 동물성 음식이 필요할 때는 지방이 적은 생선으로 대신한다. 술·커피 등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든 음료수 역시 담배 생각을 부추기므로 달지 않은 과일 주스, 물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비타민C와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은 금단 증상을 저하시키고, 의지력을 강하게 해 줘 금연에 많은 도움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담배 한 개비 흡연 시 체내에서 25㎎의 비타민C가 소모되므로 흡연력이 긴 사람일수록 비타민C 결핍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 주면서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콩·배추·양배추·풋고추 등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 위주로 식단을 구성한다.

고종관 기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화중)는 지난해 12월, ‘담배 연기 없는 가정 만들기’ 선포식을 하고 3년 계획으로 ‘전국 30만 금연 가정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300여 여성단체별로 10명의 금연 교육자를 선발·교육하고, 이들이 각각 100개 가정을 금연운동에 동참시켜 30만 가정에 금연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금연을 위한 안내와 관리를 받으려면 금연콜센터(1544-9030)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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