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PC와 소프트웨어 AI, 근본적으로 달라"
"연착륙 위한 미래시점+발상전환='꿈의 사회' 올 것"
[김봉구의 소수의견]은 통념이나 대세와 거리가 있더라도 일리 있는 주장, 되새겨볼 만한 의견을 소개하는 기획인터뷰입니다. 우리사회의 다양한 작은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이광형 KAIST 교수는 "로봇세 도입이 불가피하다. 미래 연착륙을 위해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이광형 교수는 "AI 위기는 로봇세 도입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꿈의 사회'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 사진=최혁 기자
이광형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사진)는 수식어가 많다. KAIST에서도 ‘별의별 사람’ 리스트를 꼽으면 맨 위에 있을 이 교수를 그중 무엇으로 소개해야 할까.
석사까지 산업공학을 하다가 박사 때 컴퓨터공학으로 바꿔 한국의 초창기 컴퓨터 교수가 됐고, 1999~2000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카이스트’의 괴짜 교수 실제모델이었으며,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를 비롯해 젊은 창업자를 여럿 길러냈으며, 남 먼저 IT(정보기술)와 바이오를 결합한 융합학과를 만들어냈고….
고심 끝에 ‘미래학자’를 골랐다.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의 독특한 이력 대부분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궁리하다 얻은 결과물이란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이 교수는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장, 초대 미래학회장 등을 맡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언급해 논란이 된 로봇세 역시, 이 교수는 지난해 미래학회 창립학술대회 발표를 통해 한 발 앞서 도입을 제안했다. 20일 서울에 위치한 KAIST 도곡캠퍼스에서 만나 그 얘기를 물었다.
빌 게이츠는 AI가 불러올 일자리 충격에 대비해 로봇세 도입을 언급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일자리 쇼크에 대비해 로봇세를 거두자고 빌 게이츠가 말했다. - 기술적 단절이 있다는 거구나. |
이광형 교수는 "SW 기반인 AI는 고용절벽 효과를 낸다.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변화"라고 설명했다.
- 로봇세란 뭔가. 뭉뚱그려 표현하는 것 같다. 개념을 풀어 설명해 달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부가가치세 또는 재산세 형태다. 전자는 로봇을 독립적 경제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존재로 본다. 무인자동판매기가 해당된다. 현행 세법도 인정한다. 판매기마다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해 세금을 매기니까. 후자는 로봇을 일종의 재산으로 간주한다. 자동차세처럼 소유자에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 유명 경제전문지 포천은 로봇세에 대해 ‘빌 게이츠의 이상한 생각’, 블룸버그도 ‘로봇세는 나쁜 아이디어다’라고 비판했다. 기술혁신을 저해하거나 늦출 거라는 지적인데.
“새로운 세금을 내는 쪽에선 비판하지 않겠나. 조세저항이 없을 수는 없다. 기술혁신 저해 요소가 될 거란 지적도 일리 있다. 분명히 하자. (로봇세가) 좋아서 도입하는 게 아니다. AI로 인한 일자리 급감, 소득격차 심화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차선책’으로 봐야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방점을 찍겠다?
“로봇세는 필요하되 도입 시기는 늦출수록 좋다고 본다. 저도 AI 연구자다(웃음). 먼저 도입하면 그만큼 국제 기술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 견딜 수 있는 데까지 견뎌보자. 단 한계는 있다. 더 이상 다른 세원을 활용해 세수를 확보 못할 때는 로봇세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 시간은 AI의 편이다. 로봇세가 결국 도입될 것이란 얘기로 들린다.
“AI가 대량으로 실직자를 만든다. 자연히 납세자는 줄 것이고 살아남은 납세자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그로 인한 불만이 풍선처럼 부풀다가 어느 순간 터지겠지. 이 사회적 압력과 로봇세 도입에 저항하는 두 종류의 힘이 싸울 것이다. 많이 내야 하는 쪽과 안 내려는 쪽이 부딪치는데, 아무래도 내야 하는 쪽이 더 절박하지 않겠나.”
- ‘어떻게’의 문제도 남아있다.
“명백하게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부터 적용하는 방향이 돼야 할 거다. 톨게이트, ATM(현금자동입출금기) 등등. 말이 로봇세지, 실은 ‘노동대체세’다. 직접세냐, 간접세냐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법 근거상으로도 직접세든 간접세든 도입 가능한 토양이 이미 마련돼 있다.”
- 일론 머스크를 필두로 한 실리콘밸리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와도 맥이 닿는데.
“로봇세든 기본소득이든 목표는 사회안전망 구축이라고 생각한다. 부(富)의 편중 방지 목적도 있고. 미래 지속가능사회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라 봐 달라. 물론 로봇세가 만능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다른 방안이 있다면 제기하고, 개중 더 나은 대안을 택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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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교수는 노동대체율이 높고(+) 사회안전망이 약한(-) 미래사회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로봇세 도입을 주장했다. 미래학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앨빈 토플러,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국내 학자로는 이어령 교수 같은 이들은 대개 인문학을 바탕삼아 미래를 예측했다. 이공계 학자인 이 교수는 기술 요소를 미래예측의 핵심동인으로 놓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면모를 보였다. SW 기반인 AI가 PC와는 완전히 다른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확신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
- 현실적이라고?
“예컨대 모든 종류의 세금을 1.5~2배씩 올리는 안과 로봇세를 도입하는 안 중 어느 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나.”
- 솔직히, 설마 하는 마음도 있다.
“현재시제로 생각하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10~20년 후 미래시제로 보자. 자꾸 시점을 미래에 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건 지식의 차이는 아니다. 어느 시점에서 보느냐가 관점의 차이를 낳는다. 또 하나는 기술이다. 기술 요소가 전부는 아니지만 기술을 우회하고서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 SW를 만들어본 사람은 AI의 파급효과와 노동대체율이 얼마나 큰지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SW를 모르니까 로봇세를 러다이트(기계파괴)운동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 미래시제로 봤을 때 핵심동인이 좌표상의 노동대체율과 사회안전망이란 것인가.
“AI 발전은 기정사실이니 그 두 가지가 핵심동인이 될 것이다. 좌표상 구분한 4가지 미래 중 노동대체율 높고 사회안전망 낮은 시나리오의 실현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비한 모델이 로봇세 도입이다. 또 하나, 노동시간을 핵심동인으로 추가할 수 있다. 우리는 노동시간이 너무 많다. AI가 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 어떻게 바꿀 것이라 예측하는지.
“로봇세 도입과 노동시간 단축이 ‘꿈의 사회’를 실현할 것이다.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도 그렇게 본다. 로봇세로 재원이 확보되면 노동감소분에 대한 임금을 보전하면서 노동시간도 줄어들 거다. 주4일 일하고 월급은 그대로 받으면서 실업자는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실업해도 기본소득을 받는 사회가 오는 것이다.”
- 지나친 장밋빛 전망 아닐까.
“아니다. 틀 자체가 완전히 바뀐다. 단순·반복 작업은 로봇에 맡기고 인간은 새로운 걸 하면 된다. 그야말로 창의성이 핵심이 될 것이다.”
- AI로 인간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와, AI에 불필요한 노동을 맡기고 인간은 진정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교차한다.
“생각의 차이다. 밥그릇 지키고 기득권 내놓지 않으려 하면 AI는 재앙이 될 것이다. 반대 경우에는 지금의 절반만 출근하면서 새로운 일에 투자하면 된다. 얼마나 좋은가. 노는 시간엔 아무것도 안 하나? 아니다. 노는 데에서 또 새로운 일이 생긴다. 창의성은 오히려 거기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경직된 사고로 보지 말자.”
- 이야기하다 보니 ‘창의성 교육’으로 돌아온다.
“이제 머릿속에 지식 많이 쌓아둔 사람은 진다. 잘 찾아 활용하는 사람이 이긴다. 앞으로는 시험 시간에 휴대폰도 갖고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단순지식 측정을 위한 시험은 커닝 방지 때문에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지만, 미래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해지니까.”
미래교육의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하나 한 마디로 얘기하면 이렇다. 20년 뒤 자녀가 세금 내고 사는 사람이 될지, 기본소득 받고 사는 사람이 될지는 지금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달려있다. 불안하다고 해서 주입식교육, 사교육 시키면 후자가 될 거다.”
- 마지막으로 유치하고 근본적인 질문.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정해지지 않았다. 저는 중립적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관조’한다고 할까. 20년 뒤로 가서 한 번 보는 거다. AI는 도구이자 필요조건이다. AI에 대한 판단이 갈리지만 쓰임새를 정하는 건 사회 구성원이며 그들의 결정이 충분조건이 된다. 칼은 나쁜가? 이 질문과 같다. 쓰기에 따라 흉기가 될 수도, 과도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인간의 몫이다.” 우문현답이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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