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스쳐 지나가기 -2-

글쓴 일자: 2008.10.25.(다음 블로그에서 옮김)

 

(노래: 사월과 오월 - 옛사랑, 화(和), 바다의 여인)  :추후 링크가 끊어지면 음악이나 동영상이 안 나올 수도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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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젊은이들이 장발을 한 채로 고고장을 드나들었던 사보이 호텔의 흔적을 찾기 위해 명동길을 둘러보았다. 한때 국내 최고의 예술 극장 무대였던 명동 예술극장(구 시공관)은 복원공사 중이었다. 명동 성당 길로 돌아가다 보니 명동 로얄호텔이 있었다. 70년대에는 장발족들이 이곳 고고장을 메웠을 것이었다. 30여 년 전 그때 그 시절의 고고파티장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떠들썩하고 먼지 자욱했던 고고파티장 회상 장면이 잠깐 지나간 후, 그 당시 장발 단속에 걸려 파출소에서 갇혔을 때의 상황과 연결되어져서 바로 답답합이 느껴졌다.

 

(좌)명동성모 병원이 보이는 길, (우)명동 성당의 붉은 벽돌의 양관

일부러 찾아 가본 명동 성당은 안타깝게도 보수 공사로 인해 철골 구조물 사이에 끼어 신음하고 있었다. 철골 대를 받쳐 놓은 종탑 부위는 상처가 난 듯 중환자의 모습으로 드러나 있다. 아름다웠던 종탑의 이전 모습을 크게 인쇄하여 흉물스런 철골 모습을 가려주었더라면 좋을 것 같았다. 이처럼 문화재 보수 공사를 할 때는 관광객을 위해 가림막에라도 보수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나마 성당 입구 우측의 붉은 벽돌색의 양관 건물과 좌측의 주교관이 높다란 빌딩 사이로 옛 모습을 살짝 보여주어 아쉬움을 덜어주었다.

 

. (좌)보도 블럭 연석의 무당벌레, (우)명당 성당 입구의 성모상과 기도처

보도블록과 차도 사이에는 무당벌레 모습의 돌기둥이 보도 경계를 따라 놓여져 있다. 도시 공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 전 문화재를 보러온 사람들을 배려 부족에 대한 섭섭했던 느낌은 이 무당벌레 보도 경계석과 파란 하늘을 보니 금방 녹아 없어져 버렸다.
명동 성모병원 앞에 있는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모습의 신자들의 모습을 잠깐 보고, 중앙 극장 쪽을 가려했으나 공연 시간이 가까웠기에 그곳은 가지 못하였다.

YWCA 후문을 따라 내려가니 향린교회가 보인다. 70년대 당시 반골적인(?) 인사들이 주최했던 세미나와 기도회에 참석하곤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중 생각나는 분은 전신 화상의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키에르케골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던 채규철 선생님이 생각났다.

 

(좌) 김태풍 님                                                               (우)백순진 님

드디어 YWCA 뒤편 ‘청개구리’의 태동지인 ‘마루’홀에 들어갔다. 수많은 포크 스타들이 이 곳에서 노래하고 흔적을 남겼다. ‘마루’홀 입구에서는 예매 담당자가 신분증을 대조하며 예매 리스트를 확인하고 입장표를 주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서인지 예매 담당자가 가지고 있던 예매 리스트는 오신 분들의 명단이 거의 체크된 상태였다. 담당자는 ‘4월과5월’의 공연 팸플릿과 사오모 모임 안내가 씌어진 명함 크기의 금색 card를 주었다. 

4월과5월의 주역이신 학무님(백순진 님)과 태풍님은 관객으로 오신 손님과 인사와 담소를 하시고 계셨다. 나도 인사를 하니 태풍님께서 포도주를 손수 주신다. 학무님은 약간 술기운 이 오르셨는지 아니면 공연 전 긴장의 탓인지 약간 상기된 듯 보였다. 나는 술을 감사하게 받고 사인북을 펼치고 두 분께 기념 사인을 받았다. 안면이 있는 사오모 회원과 청개구리, 바람새 회원과도 인사와 악수를 나누고 사인을 받았다.

 

'4월과 5월'의 앨범 자켓과 모임 걸개 banner

일반 회원이 많이 오셔서 공연 좌석이 모자랄까봐 밖에서 기다리다가, 공연 시작 바로 전에서야 하나 남아 있던 앞자리 한쪽을 차지했다. 마침 앉은 자리 바로 앞에는 카페 지기인 훈장님이 계셨다. 무대 정면은 아니지만 오히려 앞자리인데다가 ‘4월과 5월’님이 연주하는 쪽이어서 두 분의 노래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다.

 

intro background로 흐르던 잔잔한 드럼 소리와 건반 소리가 잦아들고 이윽고 ‘디디딩 딩딩~' 기타 울림이 터져 나왔다. ‘4월과5월’ 두 분의 노래가 시작 되었다. [바다의 여인]이었다. 
 

(노래): 바다의 여인 -4월과5월-' : 추후 링크가 끊어지면 음악이나 동영상이 안 나올 수도 있으며, 음악을 들으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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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여인 / 사월과오월 (1976)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바닷가에서 추억을 맺은 사람
손잡고 해변을 단둘이 거닐며
파도소리 들으며 사랑을 약속했던

그러나 부서진 파도처럼
쓸쓸한 추억만 남기고 가버린
바다의 여인아

손잡고 해변을 단둘이 거닐며
파도소리 들으며 사랑을 약속했던
그러나 부서진 파도처럼
쓸쓸한 추억만 남기고 가버린
바다의 여인아

그러나 부서진 파도처럼
쓸쓸한 추억만 남기고 가버린
바다의 여인아

-끝-

명동 스쳐 지나가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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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그린의 '어떤 말씀'       

                     

.쉐그린의 '어떤 말씀' 이 들어있는 album 자켓

소풍가기 전날의 기분이 이러했을까? 
글쓴 일자: 2008.10.25.(다음 블로그에서 옮김)

 

.겉으로 보면 명동은 성형, 미용, 화장품의 메카(聖地 성지)이다

 

지난 (2008년) 9월 2일 대학시절 좋아했던 듀엣 '4월과5월'의 데뷔 35주년 콘서트가 명동에서 있었다.

어린 시절에 소풍을 앞둔 전날 내일 비가 오지 않도록 기원했었다. 이런 아이처럼 어제는 잠을 설쳤기에 고속버스로 서울까지 가는 동안 잠시 눈을 붙였다. 

 

공연 시간에 맞추느라 늦은 점심을 김밥으로 때운 후 헐레벌떡 공연장이 있는 명동으로 전철을 타고 갔다. 전철을 내린 곳은 명동역이었다. 다른 전철역에 비해 공연장과의 거리도 가깝지만 일부러 명동을 가보고 싶어 명동역에 내렸다.

 

.명동 지하철역 입구와 남산에 있는 서울 타워

때마침 화창한 토요일 오후라 人波(인파)가 그야말로 人山人海이다. 명동길을 걸어가는 데 가운데쪽 통로는 나를 향해 오는 인간 파도(人波 인파)에 어깨가 부딪힐 지경이다. 할 수 없이 마주치는 사람이 다소 적은 길 한쪽으로 걸어 갔다.  

 

.사람의 물결( 人波 )로 어깨가 부딪치는 명동 거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는 곳(명동 입구)을 비롯하여 대부분이 높고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키를 재고 서 있었다. 남산에 높이 서있는 서울 타워랑 비교해 봐도 빌딩의 스카이라인이 얼추 맞는다.

 

명동 입구 좌우로 도열한 건물에는 얼굴을 바꿔준다는 성형외과의 간판과 화장품의 선전 간판들이 꽉 차있다. 명동에  가면  정말 마법처럼 face off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건물 입구에 타로 점집이 있었는데 연인과의 운명이나 자신의 운명은 어떤지 점괘를 보는 아가씨들이 심각하게 인생 상담(?)을 하고 있었다. 과연 언제가 인생 대박일까를 알고 싶었을까? 나도 그건 알 수는 없지만 살아 숨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대박이고 인생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화장품, 성형의 메카 명동에서는 face off(얼굴 바꾸기)가 가능할 지도 .

일제시대 땅이 질어 '진고개'라 불렸던 충무로는 한국 최초의 洋風(양풍) 유행을 일으켰던 곳이었다. 이제는 젊은이들의 집결지가 되어 도시 청년 문화를 만들고 있는 듯하였다. 거리 한편에는 앰프로 소리를 키운 음악 소리와 사람들을 호객하는 매장 종업원의 외침 소리가 귀를 울리며 명동 공간을 떠들썩하게 메우고 있었다. 길 가운데 좌판에서는 벨트나, 목걸이 등 여성용 장신구 액세서리들이 여인들을 유혹하고 있었으며, 길 한편에서는 판촉 행사하는 어떤 사람의 마임 몸짓이 또 하나의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어느 통로 가운데 심어진 나무에는 얼핏 보았을 때 꽃술로 착각했던 빨간 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려 축제 기분을 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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