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자: 2006년 01월. 글쓴 일자: 2008.01.07.(다음 블로그에서 옮김)
우리는 일생동안 몇 번이나 바다 한가운데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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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라 쏘렌토로’
‘쏘렌토’라는 말을 들으면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칸소네가 떠오른다. 1902년 9월 수상이던 차나르델리가 소렌토에 와서 머물고 있었는데, 원래 소렌토 우체국을 세워 달라는 청원노래였다 한다.
♬♪♩ 돌아오라 소렌토로 ♩♪♬
아름다운 저 바다와 그리운 그 빛난 햇빛
내 맘 속에 잠시라도 떠날때가 없도다
향기로운 꽃 만발한 아름다운 동산에서
내게 준 고귀한 언약 어이하여 잊을까
멀리 떠나간 벗이여 나는 홀로 사모하여
잊지 못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노라
돌아오라
이 곳을 잊지 말고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시인 겸 화가였던 잠바티스타 쿠르티스 쿠르티스가 가사를 쓰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그의 동생 에르네스토 쿠르티스가 곡을 썼다. 쏘렌토의 호텔 임페리얼 트라몬타노의 안내판에는 잠바티스타 쿠르티스(Giambattista de Curtis, 1860~1926)가 ‘돌아오라 소렌토로’를 이 호텔 테라스에서 작곡했다고 쓰여져 있으며, 소렌토역 가까이에 잠바티스타의 흉상이 있고 맞은편에는 ‘돌아오라 소렌토로’ 노래 비석이 서 있다.
왕과 귀족의 별장 카프리 섬
날씨가 좋아 카프리 섬으로 가는 배가 운행이 된다 하기에 카프리 섬을 가기로 하였다. 찬란한 햇빛이 바다에 부딪혀 화살처럼 사방으로 튕켜 나온다. 가이드가 ‘여행하는 동안 날씨 좋은 것은 누구 덕분인가요?’라고 하자 대개의 여행객들은 ‘아, 내가 유럽에 오니 날씨가 이렇게 좋네!’라고 내 덕분이라는 답을 했다. 그러자 가이드는 ‘내가 가이드 할 때마다 날씨가 좋으니 가이드 덕분이지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행 총괄을 맡은 인솔자는 ‘무슨 소리! 그게 다 인솔자 탓이지!’라고 한마디 더 거들자 함께 여행하던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실제 이탈리아 겨울은 雨期라서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배가 안 뜨는 경우가 많아 운이 좋은 여행객들이라야 카프리 섬으로 들어 갈 수가 있다고 한다. 세기적 테너 카루소가 임종이 가까워졌을 무렵 카프리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지만 끝내 배가 뜨지 않아 가보지 못하고 카프리가 보이는 호텔 객실에서 임종을 했다는 애틋한 얘기도 들었다.
큰 파도가 거의 없는 ‘산타 루치아‘ 만
이 호텔 바로 아래에 있는 선착장에서 카프리로 가는 페리를 탔다. 배가 카프리로 건너가는 이 해안이 유명한 ‘산타 루치아‘이다. ‘산타 루치아‘ 는 '거룩한 빛'이라는 뜻이다. 바다에 일렁거리는 햇빛이 울렁증을 일으킬 정도로 반짝거린다. 나폴리가 세계 3대 미항이 라는 얘기가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타 루치아 만은 나폴리와 소렌토를 잇는 해안이 반원형을 만들고 그 앞 바다에 이스키아 섬과 카프리 섬이 떠 있어 방파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산타 루치아‘ 만은 큰 파도인 너울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탄 배가 지나면서 만든 파동이 간섭현상을 일으켜 엇갈리는 동심원 물결을 만들며 바다에 퍼져 나갔다.
꼬불꼬불하고 좁은 절벽 산길에선 저절로 괴성이…
길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같은 카프리 도로는 대형차의 운행이 불가능하여 소형차들이 주로 다녔다. 카프리 소방차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라 한다. 우리가 탄 미니버스도 절벽같은 산을 깎아 만든 길을 꼬불꼬불 지그재그로 올라갔다.
2차선 교행이 힘들어 한 차선씩 교대로 신호를 받아 차량이 움직이는 좁은 산길 구간도 있었다. 도로 중에는 차도 양측에 교각(기둥)을 세우고 그 위로 교량 형태의 도로를 만든 곳도 있었다. 도르르 말린 리본처럼 나선식으로 한 바퀴 돌아가게 된 곳이었다. 이 리본 형태의 도로를 돌아갈 때 차창 오른쪽에 앉아 있던 나는 몸이 길 바깥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어 나 자신도 모르게 발에 힘이 주어졌다. 일행들도 ‘아~악~!’ 하고 괴성을 질렀다. 이 곳 운전기사는 그것을 즐기는지 괴성이 없는 손님들이 많을 경우에는 약간의 원심력이 더 생기도록 급커브를 좀더 크고 빠르게 돈다는 얘기를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작은 고추가 맵다
카프리는 규모는 작지만 세계 명품의 견본 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명품들이 가게마다 걸려 있다. 소위 부자 동네이니 여기서 새로 나온 명품이 선보인다고 한다. 이 곳 명품 거리를 지나 아우구스투스 별장 터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카프리 섬 아래 쪽 바다를 조망해 보았다. 석회암 성분이 녹아 있어서인지 바다 빛깔이 옥색을 띄지만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았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가슴 깊이 심호흡으로 흡인했다가 내쉴 때 배도 쑥 내 밀어본다. 마치 황제나 귀족이 이 곳 바닷가를 거닐었을 때 이런 식으로 거드름을 피며 행동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을 해보면서 말이다. 기암절벽과 산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 하늘빛을 보니 과연 로마 황제들이나 세계의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이 곳을 별장지로 선호할 만하다고 느꼈다.
현지 가이드도 쓸모가 있긴 있구나!
카프리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배를 타러 가는 시간이 촉박하여 항구 쪽으로 내려가는 벤츠 택시를 탄다고 한다. 아뿔싸! 아침에 이곳에 올라올 때 타고 온 버스 속에 우산과 옷가지가 든 가방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카프리 언덕에 올라온 다음 하차할 때 차안에 가방을 그냥 두고 왔던 것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우산과 점퍼가 필요없었기에 버스 안에 가방을 두고 내렸었다. 지금까지는 한번 버스를 타면 같은 버스로 계속 이동했었기에 갈 때도 같은 버스를 타리라고 생각한 것이 불찰이었던 것이었다.
가이드와 카프리 현지인 가이드가 아침에 올라올 때 탔던 버스를 황급히 이리저리 연락하여 찾아보기로 하고, 나는 일행과 함께 일단 항구로 먼저 출발키로 하였다. 결국 버스 주차환승 지역에서 나의 물건을 찾았다며, 항구로 내려오는 택시 속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건네받았다.
카프리에서 진행되는 우리 여행팀의 행사(일정)에는 우리 한국인 가이드가 전부 길 안내와 설명을 하였고 현지인 가이드는 아무런 일(안내나 설명)도 하지 않았다. 얼핏 실제하는 일도 없이 현지 규정상 현지 가이드를 고용해야 하니 명목상 그 인원을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현지 가이드들에 대해 좀 떨떠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실 사건으로 '동분서주(이리 뛰고 저리 뛰고)했으니 현지 가이드들도 오늘은 제몫을 했네' 하고 속으로 웃었다.
산타루치아 만 배에서 일몰을 보며 커피 한잔을... |
산타 루치아 만 배위에서 맞이한 석양과 일몰 |
일생동안 바다 위에서 해넘이를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카프리를 떠난 페리가 나폴리로 한참 가고 있는데 해가 지기 시작한다. 나폴리의 산타 루치아 만에서 겨울 석양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뱃사람이 아니라면 바다 위에서 해가 넘어 가는 순간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수평선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태양은 아직 너무 눈부셔 직접 볼 수 없다. 수평선에 가까워질수록 태양은 노랑빛이 되다가 점점 붉은색을 띠게 되고 결국은 눈부신 옷자락을 벗어 던져버린다. 불그레한 노을 끝에서 태양은 발가벗은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였다. 태양이 수평선에 키스를 하는 순간 배위의 사람들이 일제히 ‘와~!’하는 함성을 지른다. 다들 태양의 일몰 모습을 잠시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사진과 비디오로 열심히 찍어댄다. 태양의 일몰이 끝나고도 석양의 모습을 담느라고 정신이 없다. 나는 매점에서 사온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 행복한 일몰을 마음 속 깊이 새겨 두었다.
나폴리 항구 쪽에선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마치 반딧불이 하나 둘 나타나는 것 같다. 나폴리 항구가 가까워 오자 그 불빛은 전등 불빛으로 바뀌었다.
‘산타 루치아’
창공에 빛난 별. 물위에 흐르고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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