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에 갇힌 나]


사람이 사람들 물결 속에서 살아가는 데도 점점 더 고독해집니다. 그래서 모두가 자기를 더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버스에서, 직장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외로움에 지쳐 있습니다. 모두가 고독병에 걸려 있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병에 걸렸으니 서로 더 측은한 마음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두가 자기만 고독하고, 자기만 소외되고, 자기만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을 믿지 못하고, 남을 알려고도 아니하고, 남의 입장이 되어 보려고도 노력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스스로 자아속에 유폐시킵니다. 그래서 인간은 점차 자아라는 냉장고속에서 얼어붙어 갑니다.


마음도, 정신도, 인간성 자체, 생명까지 얼어붙습니다.

구제책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남도 고독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남도 나와 같이 이해와 동정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벗어나는 것입니다.


부부 사이에, 부모 자식 간에, 형제 사이에, 직장 동료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그러면 해빙기가 찾아와 모두의 마음 안에 따뜻한 봄기운이 움트기 시작할것입니다.


-김수환추기경 '사랑의메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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