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자연, 역사가 있는 강화나들길

                                              글 김세라 ‘i-View’ 객원기자, 사진 사단법인 강화나들길 제공

마음은 벌써 봄이다. 여전한 찬바람에 정리해 두었던 겨울옷을 꺼내기도 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밖으로 유혹한다. 몸과 마음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요즘, 기지개를 켜고 사뿐 사뿐 봄맞이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수도권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의 강화도에는 대통령상, 국토부 주관 ‘아름다운 해안누리길’상, ‘아름다운 숲길 BEST10’상에 빛나는 명품 둘레길이 있다. 산, 바다, 역사, 갯벌이 어우러져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강화나들길’이다.

 

 



▲ 나들길 걷기 모습



 

 

2018년 현재 총 310.5㎞, 20개 코스 완성
강화나들길은 1906년 봄, 화남 고재형 선생이 지은 고향 심도(강화도의 별칭)여행기 ‘심도기행’으로 부터 시작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각박한 도시민들에게 활력을 주는 산책길 걷기 열풍이 부는 가운데, 강화사람들은 2008년부터 ‘강화시민연대’를 중심으로 ‘심도기행’을 참고하여 나들길을 준비하였다. 2009년 3월, 4개 코스를 개장한 강화나들길은 ‘사단법인 강화나들길’과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등 강화를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협동으로 2018년 현재 총 310.5km, 20개 코스까지 완성 된다.


 



▲ 진달래가 핀 나들길




“나들길은 계절마다 풍광이 달라 언제 걸어도 좋습니다. 특히 봄, 가을은 전 코스가 아름답죠. 다만 여름에는 햇볕이 따갑기 때문에 해안가보다는 숲이 좋습니다. 겨울도 마찬가지로 추위를 막아주는 산길을 선택하지요. 여름, 겨울에는 3코스 ‘고려왕릉 가는 길’이 걷기 수월한데요,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가릉, 곤릉, 석릉과 같은 고려 왕릉이 있어서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초심자 추천 코스이기도 합니다. 봄에는 1코스, 2코스, 5코스, 11코스, 15코스가 인기인데요, 모두 꽃길입니다. 가장 유명한 2코스 호국돈대길와 1코스 고려궁지 인근 북산에서는 벚꽃엔딩을 보실 수 있고, 5코스 고비고개길, 11코스 상주산, 15코스 고려궁성곽길은 진달래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단법인 강화나들길’ 사무국장인 ‘나들길 지기’ 김현숙씨에 따르면, 강화나들길은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서식할 만큼 잘 보존되어있다. 청정 나들길을 만들기까지 ‘나들길 지기’들의 노력이 있었다. 2012년, 2016년 두 차례의 나들길 아카데미를 통해 배출된 ‘나들길 지기’는 강화의 역사, 문화, 생태 교육을 수료한 전문 해설사다. 걷기 인문학 전도사인 ‘나들길 지기’는 나들길 관련 행사 안내를 비롯하여, 강화지역 학부모들 대상 교육, 나들기 코스 모니터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또한 한 달에 한번씩 ‘우리 길 우리가’라는 주제로 나들길 청소 캠페인 ‘클린데이’를 개최한다. 2018년도에는 매달 넷 째 토요일에 ‘나들길 클린데이’가 진행되는데, 참가자에게는 봉사점수가 부여된다. ‘나들길 클린데이’는 낚시객과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2코스, 8코스, 11코스, 16코스에서 주로 열리고 있다. 나들길 이용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도 귀하게 여겨주세요
“나들길에서 진정한 자유와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나들길을 더욱 아끼고 사랑해주셔야 합니다. 쓰레기는 집으로 가져가고,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도 귀하게 여겨 주셔요. 나들길은 강화 지역 주민의 사유지가 다수 포함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인심 좋은 시골이라지만, 농작물을 함부로 따거나, 허락받지 않고 남의 집 마당에서 휴식을 취하는 행위는 자제해주셔요. 마을 어르신들을 뵈면 인사라도 드리는 것이 오고가는 정이고요. 기본 사항만 잘 지켜진다면 평화롭고 청결한 나들길을 누릴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생활터전이었던 나들길을 낭만 가득한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것은 나들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이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마을, 잔잔한 호수, 새소리가 정다운 호젓한 숲길, 세계 5대 갯벌,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강화의 유적들, 그리고 저마다 품고 있는 사연이 좋아서 오늘도 나들길은 가만히 복작거린다.


 
 



▲ 봄 숲 나들길 걷기


 

▲ 해안가 나들길 걷기




“20코스 완주 후에도 나들길을 찾는 분들이 많아요. 구석구석 남들이 모르는 명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지요. 초보자들은 대체적으로 평탄한 해안가를 많이 걷는데요, 고수들이 즐기는 코스는 따로 있어요. 5코스 고비고개길은 강화읍부터 외포리까지 총 20.2km인데요, 강화도를 관통하는 긴 코스에요. 구불구불 고려산 둘레길이 참 예쁘고, 중간 중간 마주치는 고인돌이 감성을 자극합니다. 7코스 낙조 보러 가는길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기 좋아요.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바닷가가 나오는데, 갯벌 센터 가는 길에 대나무가 많은 ‘대섬’ 곁을 지나가거든요. 대섬을 끼고 해넘이 사진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습니다.”

강화의 어제와 오늘의 삶을 잇고 있는 강화 나들길. 안보 문제로 접근 할 수 없는 지역까지 나들길을 상징하는 노랑과 진초록 리본이 매달린다면, 한반도의 내일도 달라지지 않을까. 철조망이 사라진 나들길을 걷게 될 그날을 꿈꿔본다.

 
 

 



 ▲ 강화나들길 코스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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