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행진 속에는 숨겨진 뜻이 있지 않았을까? -로마-
여행일자: 2006년 01월. 글쓴 일자: 2008.01.07.(다음 블로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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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중 <개선 행진곡>: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공연 중
문화 관광 산업의 한 요소인 컨텐츠(얘깃거리)
로마에 오게 되면 맨 먼저 듣게 되는 단어는 아마 ROMA와 AMOR(사랑)라는 단어이지 싶다. 우연이겠지만 이것 또한 로마에 관한 또 하나의 얘깃거리가 된다. 관광 여행할 때는 대개 그 지역의 이름난 곳이나 명승고적을 찾게 되는데, 그런 곳은 소위 얘깃거리(Episode)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명승고적이나 거리도 좀 더 많은 얘깃거리들을 개발하여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얘깃거리를 하루아침에 만들어 낼 수는 없겠지만, 오래된 우리 역사와 전통 속에는 그런 얘깃거리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얘깃거리를 찾아 개발하여 우리의 관광 상품의 모티브로 삼을 수는 없을까?
고대 로마의 건축물이나 장신구에서 영감을 얻거나 그 모양을 모방 또는 변형시킨다는 이태리의 명품 디자이너의 얘기를 들은 바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 축구 응원단의 ‘붉은 악마’의 디자인도 ‘蚩尤(치우)’의 모습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라고 들었다. 이처럼 문화 속에 담겨 있는 재료들을 산업 디자인 또는 영화나 게임 산업의 캐릭터나 episode로 접목 시킨다던지 문화 관광 산업의 컨텐츠로 응용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
중세 로마 모습을 상상해 보며...
로마 시내(舊 시가)에선 큰 버스의 출입이 금지되므로 시내 관광을 하려면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했다. 로마 거리에서는 요란한 빌딩이나 네온사인이나 전봇대를 볼 수 없고 시끌벅적한 노래나 음악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요란한 스쿠터 소리가 귀에 거슬릴 뿐이었다.
가로등이 거미줄에 매달린 벌레처럼 대롱대롱 촌스럽게(?) 거리 가운데에 매달려 있다. 가게 쇼윈도의 전등과 스테인리스 창틀, 오토바이, 자동차, 그리고 휴대폰만 보이지 않는다면 중세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
건물이 오래되어서 보기 뭐하다 구시대의 잔재다 해서 때려 부수고 헐어 버린 뒤, 아파트나 빌딩을 지어 올리는 우리의 모습과는 아주 다르다. 오랜 세월 王都로 훌륭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서울도 잘 개발하면 로마 못지않은 관광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램을 가져 보았다. 좋은 관광지가 되려면 풍경도 볼만해야 하겠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얘기가 풍성하고 재미있어야 할 것이다.
로마 구경을 이곳 저곳 다닐 때 여러 동선(動線)을 그려 볼 수 있겠지만 대개 무슨 무슨 언덕을 거쳐 가게 되어 있다. 이 중 오늘날의 영어의 어원이 되는 언덕들의 이름이 있다. 팔라티노 palatino에서 palace 왕궁의 어원이, 캄피돌리오 에서 capital 수도의 어원이 만들어 졌다고 한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옛사람들의 지혜
로마의 관광은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콜로세움은 1층은 도리아식, 2층은 이오니아식, 3층은 코린트식의 아치로 여러 양식이 복합돼 있는데, 오늘날에 보아도 그 규모가 굉장히 크고 놀랍다. 물론 이 곳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순서도 신분에 따라 배정하였겠지만,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개수의 출입구와 통로 배치를 잘 만들어 놓아 수많은 군중들이 불과 15분 내에 다 빠져 나올 정도라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서울역 귀성객 압사 사건에서 보듯이, 계단이 있는 곳에 많은 사람이 서로 내려가려고 밀치다보면 넘어져서 사고가 날 개연성이 높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옛사람들의 지혜는 놀랄 만하다. 만약, 개수가 적고 조그만 출입구였다면 아무리 질서를 잘 지킨다해도 안전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콜로세움의 부서진 담장에 새겨진 전쟁(세계대전)의 상흔도 놓치지 말고 봐야 한다. 전쟁 때 입은 총탄 자국들이 보는 이에게도 아픔으로 다가온다.
고대 로마의 배꼽 ‘포로 로마노’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우측 뒤는 콜로세움의 일부
콜로세움 옆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개선문을 지나 포로 로마노로 들어갔다. 포로 로마노는 ‘로마 광장의 뜻’으로 고대 로마의 정치, 사법, 상업, 종교 활동의 중심지로 화려했던 고대 로마의 배꼽이자 노란 자위 터이다. 실제 ‘로마의 배꼽(UMBILICUS URBIS ROMAE)’이란 돌 판이 벽에 붙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흙먼지가 날리는 그야말로 황성 옛터의 모습이다. 포로 로마노 내부에는 아직도 발굴 중인 모습을 볼 수 있고, 비포장된 길 옆엔 유적지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포로 로마노에서 가장 신성시 된 베스타 신전에선, 여섯 명의 처녀가 30년 동안 신전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야 했고 그 30년 동안에는 처녀성을 유지해야 했다고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생매장 당했다는 얘기를 들어 보면 당시의 여성관이 어떠했는지 짐작된다.
한편, 가톨릭 성당 구조의 원형에 해당하는 바실리카를 포로 로마노에서 볼 수 있다. 학생 때 세계사 시간에 무턱대고 외웠던 단어 중 하나인 바실리카가 문득 오래된 앨범에서 끄집어낸 사진처럼 나타났다. 바실리카는 로마시대의 법정이나 상업거래소, 집회장, 때로는 궁정 등에도 사용된 직사각형 평면의 공공 건축물인데, 내부(회당 포함)는 중앙의 폭넓은 본당을 끼고 좌우로 각각 1열의 측랑을 갖춘 3랑(廊) 구성이다. 유럽의 오래된 성당의 내부 구조가 대개 다 이런 모습이다.
포로 로마노에서 시저를 만나 본다.
이곳 포로 로마노는 시저를 화장한 곳으로 알려진 곳과 로마시대의 최고 정치기관이었던 원로원이 있어 시저를 빼고선 얘기가 안 된다. 고대 로마는 평민 대표 호민관 제도 도입과 12헌법을 도입하여 최초의 평민을 위한 성문법이 만들어 지긴 했었지만 여전히 귀족 중심의 국가였다.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명연설가였던 시저(카이사르)가 함께 3두 정치(트로이카) 체제로 고대 로마를 이끌었지만, 결국 황제 지배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eni, vidi, vici)’의 세 마디로 된 간단 명료한 전쟁 보고와 함께 시저가 죽기 직전 말했다는 '브루투스 너마저도...'는 시저의 말 중 가장 유명한 말일 것이다. 시저는 人心의 향방을 정확하게 아는 민중파 정치가로서 사회 개혁의 실효를 거두었다. ‘동지 여러분!, 너와 나는 하나’, ‘시민 여러분’ 이것도 그의 말이다. 그는 명연설가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대중과 부하의 마음을 잘 읽고 선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 성공의 이유였을 것이다. 그의 성공의 또 다른 이유는 빠른 정보통신인 파발을 사용하였다는 것인데, 정보가 빨라야 성공한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적용되는 얘기일 것이다.
개선 행진 뒤에는 숨은 뜻이 있지 않았을까?
포로 로마노에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개선문 말고도 고대 로마 당시 사용 되었던 개선문이 두 개나 더 있다. 전쟁에서 돌아 온 군인들이 로망에 입성했더라도 이 개선문을 거쳐 행진하여 군중들의 환호를 받고 황제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선 아직 일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전쟁터에 나간 군인들이 사람을 죽였던 정신적 충격을 군중의 환호 속에 다소나마 떨어내어야 했을 것이고, 이런 요란스러운 한바탕 축제가 군인들에겐 씻김굿이었을 것이다. 사람을 쳐 죽이고 찔러 죽였던 끔직한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잠을 자려면 어떤 형식이 되었건 정신적 치료가 필요했으리라.
‘유럽 여행 4대 썰렁’ 중 ‘로마의 썰렁(?)’
포로 로마노를 나와 팔라티노 언덕을 거쳐 로마 전차 경주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곳은 소위 ‘유럽여행 4대 썰렁’ 중의 하나라는 가이드의 말이 있었지만, 그 규모는 오늘날 보아도 만만치 않게 크고 관중석 등 시설이 잘 설계되어 있다. 아마도 썰렁이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벤허 영화에서 보았던 웅장하고 멋진 전차 경주장을 상상했던 탓이 아니었을까?
참고로 방금 말한 로마의 전차 경주장 외에 ‘유럽 여행 4대 썰렁’ 에 대해 몇 개 더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항구에 설치되어 있는 인어 공주 동상,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게 동상,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황금지붕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이름과 소문과 달리 그 규모가 작고 초라하거나, 주위 풍경이 지저분하고 조악하여 이러한 ‘썰렁’이라는 악평을 받고 있다 한다.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 ‘로마의 휴일’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일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드는데 돈을 댄 사람이 마피아들이라는 얘기도 흥미롭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1953년에 만든 이 영화에서 유럽 통합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로 이동 중간에 인솔자가 이 비디오를 틀어 주어 감상할 수 있었다. 여행의 의미와 재미를 배가시켜 주려는 투어 인솔자의 세심한 배려가 고마왔다.
대부분의 외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출발로 설정된다.
‘로마의 휴일’은 로마의 명승고적을 영화 배경으로 한 코믹 사랑 얘기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의 로맨스(사랑) 영화는 가슴 아픈(슬픈?) 장면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에서도 미국 서부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의 떠나가기를 보여 준다. 대개의 서부 영화의 결말은 서부의 총잡이가 마을의 평화를 이루어 낸 뒤 그를 사랑(연모) 하는 여인을 두고 떠나는 장면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옛날 얘기 같았으면 결혼하여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더라! 식의 해피 엔딩으로 끝났겠지만, 서부 영화는 항상 마지막 장면이 새로운 출발로 설정되어 진다.
이 ‘로마의 휴일’에서는 서로 사랑하지만 공주(오드리 헵번)와 기자(그레고리 펙)는 다시 자신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기자회견 장면에서 기자 는 공주를 사랑하기 때문에, 톱뉴스가 될 수도 있는 그녀의 로마에서의 여러 사건(해프닝) 사진들을 신문사에 건네지 않고 선물이라며 그녀에게 몰래 주게 된다. 결국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별을 함으로써 새로운 삶을 향해 나가게 된다.
‘로마의 휴일’에 소개된 명소를 몇 군데 둘러본다.
전차 경주장을 돌아보고 길을 따라 내려오면 이 영화에서 ‘진실의 입’ 으로 유명해진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틴 교회가 나온다. 교회의 입구 왼쪽 벽에 ‘진실의 입’이 있는데 실제로는 로마시대 하수구 뚜껑이었다 한다. 흉악한 얼굴 모습은 바다의 神인 트리톤의 얼굴로서 거짓말쟁이가 손을 넣으면 입이 다물어 진다는 전설이 있다.
영화에선 기자(그레고리 펙)가 여기에다 손을 넣고선 악! 소리를 질러 대며 빼려는 액션을 취하자 당황한 공주(헵번)가 ‘진실의 입’속에 들어간 손과 팔을 잡아당기는 모습으로 촬영되었다. 관광객들도 또한 그러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즐거워한다. 로마의 휴일 때문에 흉악한 실제 모습과 달리 로맨틱한 명소가 되어 항상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비수기에 방문한 나도 이곳에 들어가는데 대기 시간이 30분 이상이 걸렸다. 성수기에는 아침 일찍 서둘러야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트레비 분수에선 젤라토(아이스크림)를 먹으며 동전을 던져 본다. 뒤돌아서서 이 분수에 동전을 던져넣으면 로마를 다시 방문할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동전이야 안 던진들 어떠랴만 그래도 이곳에 와서 이런 동전 던지기와 아이스크림 먹기는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
로마는 곳곳에 분수가 있어 과연 분수의 도시라 할 만하다. 이런 분수들은 로마인들의 治水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뜨거운 여름 더위에 분수 물줄기를 뿌려댐으로써 광장을 다소나마 식히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으리라 짐작되었다'
스페인 광장은 ‘로마의 휴일’에서 공주가 아이스크림 먹었던 장소로 유명해졌지만, 요즈음은 광장을 더럽힌다 해서 스페인 광장(계단)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7세기에 스페인 대사관이 있었던 곳이라 그 이름이 스페인광장이 되었다고 하는데, 바쁜 일정이 아니라면 한두 시간 잠시 일정을 접고 독서나 일광욕으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 계단 앞에 있는 돛단배 모양의 분수가 눈에 띄는데 유명 건축가 베르니니의 아버지인 피에트로가 만든 것이라 한다. 로마를 찾기 전 이 ‘로마의 휴일’ 영화를 통해 50여 년 전의 로마 모습을 한번 보고 간다면 보다 즐거운 旅程(여정)이 되지 않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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