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현무암 주상절리·孤石 등 명소 따라 10여 km 걸어… 
철원군, 전 구간 트레일 조성 계획

한반도 지형은 왜 동고서저(東高西低)형일까? 주상절리는 왜 생기고, 어떤 암석층의 작용으로 형성됐을까? 용암대지는 왜 생겼으며, 현무암협곡은 또 언제 만들어졌을까? 용암은 몇 번이나 흘러내렸을까? 하천이나 강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폭포를 형성시킨 암석층은 또 무엇일까?

전국을 다니면서 지형에 대해서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울에 있는 북한산 인수봉만 하더라도 왜 우뚝 솟았으며, 어떤 작용으로 형성됐는지 항상 쳐다보면서도 그냥 넘기곤 한다. 앞으로는 이런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같다. 그것도 트레킹하면서 한반도 지형을 샅샅이 살펴볼 기회가 생겼다. 체험과 학습, 관광, 산책까지 겸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일명 ‘지질트레킹’.

지질공원은 국립공원과는 달리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유네스코에서 정의한 지질공원의 개념은 ‘특별한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또는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현장으로서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는 지역으로 보전, 교육 및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함을 의미한다’고 하고 있다.

한탄강 양쪽으로 현무암 암석이 뚜렷한 특징을 보이는 가운데 화강암 바위인 고석이 우뚝 솟아 있다.

지질공원은 보호와 활용을 조화시키는 제도

국내서도 2012년 1월 자연공원법을 개정하면서 국가지질공원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간단히 말하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다른 제도와는 달리 보호와 활용을 조화시키는 제도다. 특히 천연기념물, 습지보호구역 등 기존의 보호대상은 행위제한이 있어서 지역주민이 거부감을 가졌지만 지질공원은 핵심관심대상을 지질사이트(geosite)로 지정하고 별도 용도지구를 설정하지 않으므로 지역주민의 재산권 행사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지질공원은 지형의 특성상 매우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강원평화지역만 하더라도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5개 군에 걸쳐 무려 2,067.07km2에 이른다. 해당 5개 군청 행정구역의 42.9%를 차지한다. 관광명소도 21곳이나 된다. 강원도는 이를 용암의 땅, 유수의 땅, 파랑의 땅 3개 지구로 나눴다. 용암의 땅은 철원 용암대지를 비롯해 고석, 대교천 현무암협곡, 직탕폭포, 삼부연폭포 등이고, 유수의 땅은 주로 화천 양구지역으로 곡운구곡, 비래암, 백림암복합체, 양구백토, 해안분지, 대암산용늪, 용화산, 양의대하천습지, 두타연, 소양강하안단구, 내린천포트홀, 진부령 등이다. 파랑의 땅은 해안을 끼고 있는 고성이 해당되며, 화진포, 송지호 해안, 능포대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철원 ‘용암의 땅’을 국립공원관리공단 국가지질사무국 박선규 국장과 조영아 주임, 그리고 강원도 환경과 공원관리팀 최돈원 이학박사(지질학 전공), 철원군 문화관광해설사 겸 지질해설사 김미숙씨의 안내로 탐방했다. 이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한여울길 1코스에 있는 현무암 단층. 지질전문가들은 제일 밑층은 판상절리, 중간층은 주상절리, 상단은 암괴로 이뤄져 현무암이 세 번에 걸쳐 흘렀다고 말한다.
철원이 있는 임진강대는 현재 한반도의 모습을 추적할 수 있는 지질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임진강 지질대는 동-서 방향의 주향을 갖는 습곡-단층대로서 한반도의 중앙부를 가로지르며 발달한다. 이는 임진강습곡대가 북중국과 남중국지괴 간 충돌대일 경우, 한반도는 지체구조상 분리되어 있다가 서로 충돌되어 현재의 한반도를 이루게 된 것이라고 지질전문가들은 말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철원지역은 제4기 현무암이 서울-원산을 잇는 열곡을 메우면서 용암대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남한의 내륙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용암대지이기도 하다. 한탄강현무암 또는 추가령현무암으로 명명된 이 현무암은 서울-원산 구조대 상에 있는 추가령구조곡의 연약대를 따라 일어난 열하분출의 형식으로 분출했다고 한다. 열하분출은 좌우로 암벽이 갈라진 대칭구조를 띤다. 부분적으로 중심분출이 일어나 오리산(442m)과 검불랑 지역으로부터 동북쪽 4km에 위치한 봉우리(680m)에서 소규모 화산을 만들었다. 한탄강 유역에서는 오리산과 추가령 부근의 680m고지로부터 6회 이상의 용암분출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철원의 용암대지와 한탄강 현무암협곡은 사면의 상·하 간의 지질·지형적인 차이를 보이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용암대지 상부에는 화강암으로 구성된 고립 구릉성 지형인 스텝토가 나타나며, 협곡 내에서는 화강암류를 부정합으로 피복한 현무암류의 모습이 관찰된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철원으로 향한다.

첫 탐방장소는 삼부연폭포. 김미숙 지질해설사가 설명한다. 

“삼부연폭포는 신생대 4기에 형성됐으며, 주변 암석은 분홍빛을 띠고 있어 명성산화강암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명성산화강암의 특징이기도 하죠. 폭포의 이름은 물줄기가 세 번 꺾어지고 폭포의 하부가 가마솥처럼 움푹 패여 가마솥 ‘釜’자를 써서 삼부연폭포라고 붙여졌습니다. 폭포는 대개 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삼부연폭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서 도를 닦던 4마리의 이무기 중 3마리가 폭포의 기암을 뚫고 용으로 승천했다고 합니다. 그때 생긴 세 곳의 구멍에 물이 고여 삼부연이 됐습니다. 겸재 정선은 금강산 가는 길에 용화동에 은거하는 스승 김창흡을 만나러 와 삼부연폭포를 여러 번 보고 감격했습니다. 겸재가 그런 ‘삼부연도’를 수차례 그렸습니다. 삼부연도는 지금 모습 그대로입니다.”

옆에 있던 최돈원 박사가 보충설명을 한다.

누드사진을 찍었다는 화강암 마당바위 위에서 최돈원 박사가 화강암과 현무암의 차이, 현무암의 구멍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장석과 석영을 주로 포함하는 완정질의 화강암은 칼슘과 철성분이 많아 붉은색을 띱니다. 명성산화강암의 특징이죠. 화강암이 지표에 드러난 이후 흐르는 물에 의해 침식되어 폭포가 만들어졌습니다. 폭포를 구성하는 복운모 화강암은 명성산의 동쪽에서부터 백운산에 이르기까지 사각형의 모양으로 넓게 분포하여, 암석의 절대연령은 1억7,000만 년 정도 됩니다.” 

완전 새로운 개념의 트레킹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기존의 국립공원에서 보던 자연경관과는 다른 설명으로 지질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우리 땅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높인다는 느낌이다.

철원군에서 한여울길 6개 코스 만들어 

철원군청 기획감사실 정책개발담당 유광종 계장과 문예진 주무관도 나와 설명을 돕는다. “작년 4월 강원평화지역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고 나서 지질공원 해설사를 양성하고, 철원의 각 명소마다 철원 지질의 특징인 현무암으로 이정표를 설치하고 있다”고 지질공원트레킹 활성화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철원에는 한탄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한여울길, 동쪽으로는 한탄강생태순환탐방로, 백마고지역에서 내리면 소이산까지 소이산생태숲녹색길 등 다양한 걷는 길과 자전거길이 조성돼 있다.

철원군에서는 이를 한여울길 1코스(11.2km), 2코스(한탄강생태탐방로 5.1km), 3코스(금강산 가는 길 14km), 4코스(천년 역사의 숨결 녹색길 3.5km), 5코스(소이산 생태숲길 4.8km), 6코스(대교천 생태숲길 4km)로 통일해서 조성했거나, 할 계획이다. 철원의 새로운 탄생이다. 기존 안보관광에서 안보관광과 더불어 생태지질관광으로 대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박선규 국장이 한탄강 화강암 포트홀을 가리키고 있다.

삼부연폭포에서 이미 조성을 끝낸 한탄강 한여울길로 간다. 직탕폭포가 분기점이 된다. 그곳에서 내려 걷는다. 철원의 명소이자 지질공원의 핵심지역이다. 직탕폭포는 한탄강 본류에 있는 폭포로, 두부침식(頭部浸蝕)에 의해 형성된 암벽으로 이뤄져 있다. 용암층 위로 오랫동안 물이 흐르면서 풍화와 침식작용을 받아 폭포가 만들어졌다.

최 박사는 “1974년의 사진을 보면 거의 일자형이었는데, 지금은 침식된 흔적이 뚜렷하게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성암이 땅 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어 결정체가 크게 된 것이 화강암이고, 반면 현무암은 지표로 용암이 분출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인다.

직탕폭포를 비롯한 한탄강 일대의 주요 지질은 신생대 제4기의 알칼리 현무암이며, 강변에서 수직 절벽 형태로 노출된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 용암단위로 만들어진 용암층 위로 오랫동안 물이 흐르면서 풍화와 침식작용을 받는 과정에서 용암층의 부분이 주상절리를 따라 떨어져 나감으로써 계단 모양의 폭포가 형성됐다.

(위)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리는 한탄강 직탕폭포는 강 상단, 측면 전면 등에서 주상절리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 삼부연폭포 앞에서 최돈원 박사가 분홍빛을 띠는 명성산화강암을 쳐다보고 있다.

안내문에도 ‘하천의 침식작용에 의해 하천의 위치가 조금씩 강 상류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두부침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두부침식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폭포 중 하나가 직탕폭포인데, 세계적인 사례로는 나이아가라폭포가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직탕폭포는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고 적혀 있다. 넓은 폭포면의 상부와 전면·측면 모두 주상절리로 이뤄져 있다. 철원 8경 중의 하나다. 도착하자마자 기이한 지질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고 보니 한탄강은 평지에서 바로 땅이 갈라져서 이뤄진 강이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땅이 갈라져 강을 이룬 형국이다. 용암대지 상에 하천이 하방침식을 가하여 협곡이 형성된 것이다. 저 멀리 평지서는 강이 있는 줄 모를 정도다. 강물은 북에서 발원했지만 평지 곳곳에서 지류가 형성돼 한탄강으로 합수한다. 강물은 마를 날이 없다. 강의 양쪽 벽은 마치 원래 붙어 있던 바위가 갈라진 듯 주상절리 현무암으로 이뤄져 요철(凹凸)을 연상케 한다.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다.

최 박사와 김 해설사는 “한탄강은 큰 침식력으로 용암대지를 수직으로 깎아내렸기 때문에 깊이 40m에 이르는 협곡을 형성하는 곳도 있다”고 말한다. 소(沼)가 형성된 곳은 얕은 곳도 있지만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곳도 많다는 것이다.

한탄강 번지점프 하는 태봉대교가 바로 앞에 보인다. 한여름 한탄강에는 더위를 피하는 사람과 번지점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직은 그 계절이 오지 않았는지 준비하는 사람들만 분주하다.

김 해설사가 한여울길을 가면서 손짓하며 “여름에도 시원한 풍혈지역”이라고 소개한다. 현무암 주상절리 지역이라 한탄강 주변엔 풍혈이 곳곳에 널려 있다고 한다. 풍혈 주변은 시원하다. 길옆에는 벌개미취, 돌단풍, 기린초 등 야생화로 가득하다.

최 박사는 “한탄강 상류는 강의 양쪽 벽면이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지만 중류에 가면 한쪽은 현무암 다른 쪽은 화강암, 하류는 화강암만으로 이뤄져 있다”면서 “강 옆에 있는 모래는 전부 북한에서 내려온 것들”이라고 말한다. 모래는 화강암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현무암에서는 규사가 없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송대소전망대를 지나자 현무암과 화강암이 강 양쪽으로 선명히 갈라진다. 한쪽은 시커먼 색깔을 띠고 다른 쪽은 밝은 빛깔이다. 이것도 걸으면서 보는 재미다. 지질의 형성과정이 신기할 뿐이다.

이어 한반도 지형 전망대가 나온다. 강이 흐르는 모양이 마치 한반도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잠시 내려다보다 다시 이동한다.

한탄강가에 화강암과 현무암이 뒤섞여 있다.

철원지역에서 지질·지형적으로 중요한 고석(孤石)으로 향한다. 고석 입구엔 ‘1억 년 전으로의 여행, 고석정’이란 현무암 비석이 방문객을 맞는다. 그 옆에는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 동상이 우람하게 세워져 있다. 마치 ‘임꺽정의 고장’이라고 알리려는 듯.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이곳에 머물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 승려 무외의 글과 김양경의 시 등도 전한다. 임꺽정도 이곳에 석성을 쌓아 은거했다고 전한다. 그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한탄강 현무암 지역에 풍혈 많아 시원

고석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온통 현무암 지대에 화강암이 홀로 우뚝 솟아 있는 모양새를 가리켜 이름 붙여졌다. 이는 용암 분출 이전의 기반암이었던 화강암을 현무암이 매곡(昧谷)한 후 한탄강이 새로운 물길을 침식하는 과정에서 두 암석의 접촉부를 침식했기 때문에 생겼다. 따라서 고석 일대는 현무암 용암대지 형성 이전의 지형인 화강암과 함께 현무암질 용암이 기반암 위로 흘러 용암대지를 형성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고석 주변의 현무암협곡을 한 번 둘러본다. 유람선 선장이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피라미들이 왜 물 위로 저렇게 자주 많이 뛰어오르는 줄 아세요?”

“글쎄요…….”

“물고기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날파리들이 수면 위에 붙어 날아다닙니다. 그러면 물고기들이 날파리를 잡아먹기 위해 물 밖으로 수시로 뛰어오르는 겁니다.”

모두들 한바탕 웃음으로 넘긴다. 정말 물고기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 뛰어오르는 모양새다.

다음날 한여울길 맞은편 한탄강생태탐방로, 즉 한여울길 2코스로 다시 한탄강으로 향한다. 천연기념물 제436호 대교천 현무암 협곡에 먼저 들른다. 양쪽 절벽과 강바닥이 모두 현무암으로 이뤄진 계곡으로, 철원 용암대지 내 발달한 여러 형태의 계곡 중에서 지질적 특징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숲이 무성해 제대로 볼 수 없다.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보지만 마땅찮다. 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보호장치도 없어 위험하다. 천연기념물이라고 지정해 놓고 볼 수 없게 만든 게 아쉽다.

한탄강 현무암 주상절리 위에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한여울길 2코스로 바로 이동한다. 걷는 길은 잘 조성돼 있다. 그 사이로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탄강의 현무암 주상절리는 어느 위치에서든 볼 수 있다. 커다란 바위가 나온다. 맞은편은 전날 봤던 한반도 지형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마당바위로 왔다. 김 해설사는 바위 위에 100여 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그렇다. 원래 이 바위는 너른바위, 너래바위로 불리다 철원 출신 누드사진작가 정운봉씨가 이 바위에서 누드사진을 찍은 뒤, 마당바위라고 소개하자 마당바위로 굳었다. 마당바위는 화강암이고, 맞은편은 현무암 주상절리로 이뤄져 있다.

마당바위 주변 화강암은 다수의 포트홀이 형성된 것도 특징이다. 지질학적으로는 기반암이 우세한 강바닥의 특징상 형태가 뚜렷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 박사는 맞은편 현무암 주상절리를 가리키며 용암의 흐름에 대해 설명한다.

“한반도 지형 모양의 서쪽 현무암 주상절리는 현무암이 7번 흘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무암층을 면밀해 분석해 보면 3개의 층으로 구분됩니다. 제일 밑에는 약 50만 년 전의 판상절리, 중간층은 약 10만 년 전의 주상절리, 제일 위층은 약 4만 년 전의 암괴가 뚜렷합니다. 따라서 용암이 3차례 흘러 쌓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날 걸은 한여울길 1코스는 현무암 지역의 풍혈이 곳곳에 있었지만 한여울길 2코스는 화강암 지역의 특징 중 하나인 마사토가 뚜렷이 나타납니다. 마사토는 모래와 함께 화강암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토양입니다. 그리고 현무암 중에서도 구멍이 있는 암석은 제일 윗부분이거나 제일 아랫부분입니다. 구멍 없이 단단한 부분은 중간층에 있었던 암석들입니다. 중간에서는 화산이 분출할 때 가스가 서서히 빠져나가며 굳었고, 상층부에서는 급하게 빠져나가느라 여기저기 구멍이 생긴 겁니다.”

(위)한탄강 고석정 위에 있는 선녀바위. 선녀가 놀다가 올라갔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 현무암 지대인 한여울길을 걷고 있다. 주변에는 풍혈지대가 많아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안보관광과 함께 한반도 지질트레킹의 핵심지역

철원은 한편으로는 용암대지로 인해 쌓인 구릉들이 많아 6·25전쟁 당시 매우 격렬한 전투를 벌였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 구릉들은 지질·지형학적으로 스텝토(Steptoe)라고 부른다. 흘러내리는 용암에 고립된 산이나 언덕들이다. 철원의 스텝토는 아이스크림 고지, 680고지, 오리산 등 철원평야 주변에 산재해 있다. 궁예가 세운 태봉국도 용암대지 내에 있었고, 그 도성의 흔적이 DMZ 내에 남아 있다.

시기에 따라 달리 나타난 암석, 그 암석으로 시기를 역추적하며 한반도 지질·지형의 역사를 상상하는 재미는 걷는 내내 쏠쏠했다. 좁게는 한탄강과 철원의 역사를 봤지만, 크게는 한반도의 역사와 지구의 역사까지 살펴보는 유익한 기회였다. 그리고 땅굴로만 알려져 있던 철원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보관광과 더불어 한반도 지질트레킹의 핵심지역으로 자리매김 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세계지질공원 현황과 기준은 어떻게 되나?

2015년 현재 32개국 111개 인증… 지역경제에 큰 도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으면 뭐가 좋을까? 왜 인증 받으려 할까?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

유네스코에는 3대 보호제도가 있다. 세계자연·문화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이 이에 해당한다. 이 중 세계지질공원은 지질·역사·문화·생태 등 다양한 유산을 지질공원으로 활용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가리킨다.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이 보전이나 보호 위주라 하면, 지질공원은 이를 활용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엔 제주도가 유일하게 2010년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4년마다 재평가하는데, 2014년 9월 재인증을 획득했다. 2002년 세계유산, 2007년 생물권보전지역에 이어 받은 쾌거였다. 캐나다 스톤해머 지역과 함께 유네스코 3관왕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관광객이 급증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스텝토인 소이산 정상에서 용암이 흘러내린 철원평야를 바라보고 있다.
2015년 현재 세계지질공원은 32개국 111개 지질공원을 운영 중이다. 중국이 31개로 최다국이며, 일본은 7개를 보유하고 있다. 중·일이 보유한 비율은 전체 40%가량이나 된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두 나라가 세계지질공원망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도 조속히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많이 받아 발언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관광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까? 우선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질유산이나 과학적 중요장소, 희소성, 경관미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또한 경관이나 지질요소와 관련된 비지질학적 주제, 즉 생태나 고고·역사·문화 등도 포함돼야 한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환경과 문화를 유지하면서 사회, 경제적 개발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대중의 환경의식과 지구과학 지식을 고양하는 데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교육시설이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체험과 관광을 겸하도록 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한 전 단계로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가지질공원을 운영 중이다. 국가지질공원의 인증기준은 세계지질공원과 기준이 유사하다. 인증 절차는 해당 시도지사가 신청하면 환경부에서 접수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지질공원 사무국에서 전문위원들의 현장실사를 마친 뒤 심의·의결을 하고 환경부에서 인증서를 발급한다.

국가지질공원은 2015년 현재 전국 6개소다. 한라산·만장굴·성산일출봉·수월봉 등이 포함된 제주도, 성인봉·나리분지·코끼리바위 등이 있는 울릉도·독도, 태종대·다대포 몰운대·을숙도 등을 망라한 부산, 고석정· 두타연·대교천현무암협곡·해안분지 등이 있는 강원평화지역, 주왕산 기암·청송꽃돌· 백석탄·달기폭포·얼음골 등이 있는 청송, 서석대와 입석대 주상절리·화순 공룡발자국·운주사 고인돌 등이 있는 무등산권 등이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이 중 제주도는 우리나라 제1호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강원평화지역의 경우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용할 방침이다. 지오투어리즘, 지오에듀케이션, 지오컨저베이션, 지오마케팅 등과 연계해서 다양한 민간 기관들과의 협력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박선규 국장.
박선규 국장.
박선규 국장, “국가지질공원은 최소한 20개로 확대할 터”

“세계지질공원 2020년까지 5개 인증 목표입니다”

세계지질공원과 국가지질공원 관련 업무는 환경부 산하 국가지질사무국에서 맡고 있다. 박선규 국장은 초대 이규성 국장에 이어 2대째다. 환경부 산하기관이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속이다.

“현재 5곳인 국가지질공원을 2020년까지 최소한 20곳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세계지질공원은 매년 1개 공원 이상 인증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지질공원은 보존과 이용을 적절히 안배할 수 있기 때문에 탐방객들에게 환경보존과 환경의식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장소가 됩니다. 나아가 지역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단과 지자체가 협력하면 목표대로 많은 지질공원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는 2020년까지 5개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증 탈락 등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1개에서 빠듯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한 해에 한 국가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을 수 있는 공원이 2개로 제한돼 있다.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올해만 하더라도 9월엔 경기도 임진강·한탄강 협곡, 12월엔 경북 성류굴·금강소나무숲·오십천·호미곶 등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2016년 상반기엔 강원 고씨동굴과 고생대 화석지, 하반기엔 전북 채석강과 마이산 특이 퇴적구조 등도 신청 대상으로 물망에 올라 있다. 그 외에도 전남 공룡 화석지, 인천 두무진 해식애· 사곶 해변·물범 서식지·강화 갯벌, 강원 울산바위·토왕성폭포, 충북 고수동굴·도담삼봉, 충남 신두리 사구·보령 곤충 화석지 등이 후보지다. 거론된 지역은 이미 타당성 조사를 마친 상태다. 앞으로 추진될 타당성조사 대상까지 포함하면 20개는 넘을 전망이다.

“이전보다 출장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현장이 중요하니,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지자체 공무원들과는 협력이 원칙이다. 본인도 실무형 국장으로 정의를 내린 상태다. 실무를 훤히 꿰고 모든 일을 추진할 생각이다.

철원 탐방가이드  강원도 철원군

철원군에서는 다양한 체험관광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서울역~백마고지역까지 운행하는 ‘평화열차DMZ열차’가 있다.

오전 9시27분 서울역에서 출발해 철원관광을 즐긴 후 오후 4시6분 백마고지역을 출발, 6시35분 서울역으로 돌아온다. 편도기준 요금 1만2,400원. 문의 02-913-1788.

안보관광은 매일 고석정에서 출발한다. 고석정에서 출발 10분 전까지 신청하면 된다. 견학코스는 고석정→제2땅굴→ 철원평화전망대→ 철원 두루미관·월정역→ 노동당사→고석정이다. 주중에는 개인차량 이용도 가능하다.

문의 033-450-5558~9.

DMZ평화생태공원 관광은 2~3주 전 예약하면 민통선 지역 내 ‘생태계의 보고’를 둘러볼 수 있다. 용양보 코스와 십자탑 코스 두 개로 운영한다.

문의 033-450-4378.

교통은 서울에서 승용차로는 2시간 30분 내외 걸린다. 교통편 문의는 신철원시외버스터미널 (033-452-2217, 452-2551), 동송시외버스터미널 (033-455-2339), 와수리시외버스터미널 (033-458-3555)로 하면 되고, 농촌버스 (033-455-2217,  458-4055)로 하면 된다. 주요 관광지 문의 철원군청 관광문화과(033-450-5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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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특산물은 철원 오대쌀(판매문의 철원농협 455-0253, 
동송농협 455-4969)과 토마토(김화농협 458-5797), 철원쿨포크(청정양돈영농조합 
452-3385) 등이 있다. 외할머니손두부식당(452-9030) 등은 맛집으로 꼽힌다.

숙박문의 철원군청 관광문화과(450-5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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