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 7번째 국가지질공원 한탄·임진강 명소·트레킹] 신비로운 지질명소는 ‘돌들의 대향연’


지구 역사 말하는 아우라지 베개용암·재인폭포 등은 천연기념물
비둘기낭폭포~멍우리협곡 한탄강벼룻길 트레킹도 할 수 있어

한탄·임진강 일대가 국내에서 7번째로 국가지질공원이 됐다. 국가지질공원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8일 제주도, 울릉도·독도, 부산, 청송, 강원평화구역, 무등산권에 이어 7번째로 한탄·임진강 일대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한다고 밝혔다. 관할 지자체인 연천과 포천시에서는 일제히 현수막을 내걸고 관광마케팅에 나섰다.

국가지질공원이자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지질공원인 제주도의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에 맞춰 관할 지자체에서도 일제히 벤치마킹에 나설 방침이다. 나아가 한탄·임진강 일대도 앞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을 교육·관광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제도로서, 지난 2012년 도입했다. 유네스코는 지질공원 개념을 ‘특별한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또는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현장으로서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갖춘 지역으로 보전, 교육 및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함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국립공원과 같이 보존과 보호가 주목적이 아니라 보존하면서 관광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하자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사유재산권 행사에 일정부분 제한을 받지만 국가지질공원은 재산권 행사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따라서 한탄·임진강 일원에 있는 지자체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일반인들은 지질공원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다소 생소하다. 제도 자체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탓도 있지만 지질이란 개념 자체가 일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강, 땅 모두가 지질공원의 대상이고, 알고 보면 우리가 사는 땅의 역사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저 바위와 절벽은 언제 생겼고, 왜 저런 형태를 띠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게 지질공원인 것이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 국가지질사무국에서는 어려운 지질개념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이한 자료를 발간하는 등 지자체와 협조해서 지질공원의 대중화에 더욱 힘쓸 방침이다.

이번에 지정된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은 연천과 포천지역의 한탄강과 임진강 일원 11개 읍면을 포함하고 있으며, 주요 지질경관은 재인폭포, 남계리 주상절리, 좌상바위, 비둘기낭폭포, 아우라지 베개용암, 멍우리협곡 등 20개소다.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27만~10만 년 전 북한 평강지역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이 평야지대를 흘러 형성된 웅장한 현무암 협곡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경관이기도 한 곳이다.

이제 갓 조성한 한탄강벼룻길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다.
이제 갓 조성한 한탄강벼룻길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다.

북한 오리산·680고지에서 화산 폭발

국립공원관리공단 국가지질공원사무국 박선규 국장과 책임연구원 유완상 박사와 함께 7번째 지질공원인 한탄·임진강 일원을 답사했다. 연천군 윤미숙 학예사가 아우라지 베개용암·좌상바위·재인폭포 등을 직접 안내하며 설명해 주었고, 포천 비둘기낭폭포에서 멍우리협곡까지 지질공원트레킹과 화적연·아트밸리 답사는 포천 지질공원해설사 최명호씨가 안내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일대 지질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탄·임진강 일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30만 년 전 북한의 평강 오리산과 인근 680고지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솟구친 용암은 땅 위를 흘러내렸다. 기존에 흐르던 한탄강을 용암이 완전히 메워 버렸다. 강물과 만난 용암은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으며 굳었지만, 넘쳐난 용암은 강을 넘어 평지를 덮쳤다. 용암은 들판과 나지막한 구릉을 모두 덮었다. 화산 폭발은 멈추고 땅은 식었다. 포천과 연천을 거쳐 임진강 하류 파주 율곡리까지 너른 용암평원이 형성됐다.

고온의 용암대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식어갔고, 육각, 팔각의 기둥으로 수축하면서 굳어졌다. 그 위에 비가 내려 원래 흐르던 한탄강과 임진강을 중심으로 빠르게 침식되면서 양쪽으로 절벽을 이룬 골짜기기가 만들어졌다. 그 사이로 물이 흘러 다시 새로운 한탄강과 임진강이 탄생했다. 우리가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한탄·임진강 일대의 기이한 절벽 바위는 이런 화산과 용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한탄 임진강 일대는 약 7억 년 전에 형성된 변성암, 약 2억 년 전에 형성된 퇴적암과 화강암이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약 5,000만 년 전에 나타난 화산암과 퇴적암도 일부 지역에서 보여 준다. 이 암석들 위로 약 50만~13만 년 전 신생대 제4기에 북한 평강 화산 용암이 옛 한탄강이 흐르던 자리 대부분을 덮쳤다. 이 용암대지 위를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새롭게 운반된 퇴적물과 토양이 용암대지를 뒤덮었다. 이를 전곡층(全谷層)이라 한다. 전곡층에는 구석기, 신석기, 역사시대의 유물과 유적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 우리나라 인류 역사와 활동상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우라지베개용암의 여러 단층을 보면서 국가지질사무국 유완상 박사가 설명하고 있다.
아우라지베개용암의 여러 단층을 보면서 국가지질사무국 유완상 박사가 설명하고 있다.

베개용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용암자원

첫 방문지는 연천 아우라지 베개용암. 활화산에서나 볼 수 있는 베개용암이 연천의 영평천과 한탄강이 합수되는 지점에서 물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 보여 준다. 일반적으로 현무암 주상절리가 세로로 서 있는 것과 달리 돌베개 모양의 가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물을 만난 용암의 표면이 급히 식으면서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안쪽에서는 아직 굳지 않은 용암이 남아 있다가 표면 틈으로 마치 치약처럼 삐져나와 베개 같은 모양을 만들었다.

베개용암은 대개 깊은 바다에서 용암이 분출할 때 빠른 시간에 물을 만나면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내륙지역의 강가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매우 희귀하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울릉도·독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견됐다. 천연기념물 제542호로 지정.

아우라지 베개용암에는 3개의 층이 뚜렷이 차이가 난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4개 층이다. 우선 제일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층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바위와 자갈과 같은 모양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미산층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용암이 흐르기 이전에 쌓여 있던 원래의 층이다. 이 원래의 층에 이후 용암이 쌓이면서 새로운 층이 그 위를 덮고 있는 것이다.

아우라지베개용암은 용암이 베개처럼 누워 있는 형태로, 일반적으로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으나 강에서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경우다.
아우라지베개용암은 용암이 베개처럼 누워 있는 형태로, 일반적으로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으나 강에서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경우다.

미산층 위로 베개용암과 주상절리가 모습을 나타낸다. 미산층이 변성퇴적암이라면 베개용암과 주상절리는 전형적인 현무암이다. 베개용암은 흘러내리던 용암이 물을 만나 급속히 냉각하면서 육각형 내지 팔각형으로 굳어진 가로 형태, 즉 베개 모양의 암석을 말하고, 바로 그 위에 층을 이루는 주상절리는 공기 중에서 천천히 냉각하면서 만들어진 암벽이다.

현무암에서 흔히 관찰되는 주상절리는 기둥형태로서,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 수직으로 쪼개지며 발생한다. 대체로 5~6각형의 기둥형태가 흔하다. 절리는 용암의 상부에서는 아랫방향으로, 하부에서는 위로 각각 발달해 서로 만나는 형태를 띤다. 주상절리의 굵기나 표면에 발달한 띠모양의 구조는 용암이 얼마나 빨리 식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변한다. 흔히 빨리 식을수록 주상절리 기둥의 굵기는 가늘어지고, 띠구조 간의 간격은 좁아진다.

용암이 식을 때 지표면에 생기는 균열은 용암의 두께, 온도, 냉각속도, 냉각률에 따라 수축점이 달라져 형태가 제각각이다.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은 성분이 균일해 수축점이 규칙적으로 분포한다. 이 때문에 식을 때 동일한 방향으로 힘이 분배되고, 식는 속도가 느리면 지표면에 오각 또는 육각형의 균열이 수직으로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 균열을 따라 비나 눈 등 수분이 침투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점차 바위의 틈이 벌어지고, 벌어진 틈에서 침식과 풍화가 계속되면 결국 바윗덩어리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 높이가 다른 돌기둥이 생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주상절리의 절벽은 기둥들이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에 의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 결과 생겨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연천과 포천의 경계에 있는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주상절리와 베개용암을 강에서 관찰할 수 있는 아주 희귀한 자원이자 화산의 흔적이다. 이들이 중간층을 형성하고 있고, 제일 상층부는 시간이 흐르면서 쌓인 토양층이다. 제일 하단은 미산층으로 이뤄져 있다.

윤미숙 연천 학예사는 “베개용암을 볼 수 있는 곳은 연천군의 은대리와 신답리 등으로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용암자원”이라며 “연천군에서는 국가지질공원 지정을 계기로 이를 관광자원으로 더욱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좌상바위는 일종의 새끼화산으로서, 화산분출구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반은 떨어져 나가고 반만 남아 있는 형태다.
좌상바위는 일종의 새끼화산으로서, 화산분출구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반은 떨어져 나가고 반만 남아 있는 형태다.

이어 좌상바위로 이동한다. 좌상바위는 한탄강 주변에 약 60m 높이로 홀로 우뚝 솟은 현무암이다. 이 현무암을 장탄리 현무암이라 부른다. 화산의 화구(crater)나 화도(vent) 주변에서 마그마가 분출해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바위에 세로 방향으로 관찰되는 띠는 빗물과 바람에 의해 풍화된 것으로 오랜 시간 땅 밖으로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좌상바위 부근에서는 고생대의 미산층과 중생대의 화강암, 응회암, 그리고 신생대 제4기의 현무암, 하안단구 등 여러 지질시대의 암석을 관찰할 수 있다. 좌상바위라 불리게 된 유래는 궁평리 마을의 좌측에 위치하는 형상이라 명명됐다고 전한다. 마을 우측의 장승과 함께 오래 전부터 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겨졌다.

비둘기낭폭포는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더 유명

유완상 박사는 “북한 평강 오리산과 680고지에서 화산이 폭발한 데 이어 좌상바위에서도 일부 마그마가 분출하지 않았나 추측한다”며 “홀로 우뚝 솟은 분화구가 오랜 시간 풍화와 침식으로 반은 떨어져 나가고 지금은 반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연천군에서는 청산면 궁평리 좌상바위 근처의 푸르네마을을 농촌체험마을로 지정한 가운데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과 체험거리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백의리 가사평마을은 한탄강에 카누를 띄워 절벽의 다양한 지층을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지금 좌상바위 주변은 한창 공사를 하고 있다. 아마 올 여름쯤 이곳에서 카누를 타고 연천의 다양한 지질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천 멍우리협곡에서도 용암이 굳어 깎여 나간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포천 멍우리협곡에서도 용암이 굳어 깎여 나간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한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형 중의 한 곳인 재인폭포로 간다. 재인폭포는 북쪽의 고대산 아래 지장봉에서 흘러나온 물이 높이 약 18m에 달하는 주상절리 절벽으로 쏟아 내리는 폭포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현재 폭포의 위치는 두부침식으로 한탄강에서 약 350m 이상 거슬러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북한 평강 오리산과 680고지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은 한탄강과 그 주변 일대를 완전히 용암대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새롭게 한탄강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용암대지 위로 지장봉에서 발원한 물이 계속 흘러나오자 한탄강과 합류하는 지점을 역류해서 발원한 지장봉 줄기까지 계속 침식이 이뤄졌다.

이와 같이 한탄강에서 역으로 하천 줄기를 타고 올라가 폭포가 만들어진 것을 두부침식이라 한다. 재인폭포가 전형적인 사례에 속한다. 물에 의해 발달된 하식동굴과 5m에 달하는 포트홀(pot-hole)이 형성돼 있다. 한탄강에서와 마찬가지로 용암이 서서히 냉각되면서 만들어진 주상절리가 발달되어 있으며, 용암에서 분출한 가스가 큰 통로를 통해 빠져나간 흔적도 볼 수 있다.

포트홀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38호 어름치와 멸종위기종인 분홍장구채 등의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폭포의 이름과 관련된 전설도 몇 가지 전한다.

최명호 지질공원 해설사가 비둘기낭폭포를 설명하고 있다.
최명호 지질공원 해설사가 비둘기낭폭포를 설명하고 있다.

첫 날 일정을 마치자 지질에 관한 궁금증과 알아야 할 기본지식이 엄청 쏟아졌다. 마침 유 박사가 준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 신청서’가 있었다.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밤새도록 꼼꼼히 읽고 또 읽어 최소한의 감을 잡고 다음날 비둘기낭폭포로 향했다.

비둘기낭폭포로 접근하자 주변은 이미 상당 부분 개발된 상태였고, 일부는 계속 개발 중이었다. 오토캠핑장과 걷기길은 거의 완성한 상태였다. 눈에 띄는 안내판은 이미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로 상당히 이름난 사실을 알려줬다. 2009년 ‘선덕여왕’을 비롯해서 2010년 ‘추노’, 2011년 ‘최종병기 활’, 2012년 ‘늑대소년’,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 2015년 ‘대호’와 ‘육룡이 나르샤’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다.

한탄강 지질트레킹 코스 ‘벼룻길’ 생겨

포천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폭포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만 년 전에서 13만 년 전 사이(신생대 제4기에 해당) 휴전선 북쪽 북한의 평강 부근(오리산과 680고지)에서 화산활동으로 인하여 여러 번의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했다. 잘 흘러내리는 이 현무암질 용암은 주로 ‘680고지’에서 흘러나와 서울-원산을 잇는 낮은 지대(추가령구조대 내의 옛 한탄강 줄기)를 따라 약 110km 흘러내려, 평강-철원-포천-연천에 이르는 넓은 대지에 용암대지라는 평원을 만들었다. 한탄강을 따라 오늘날의 모습을 보여 주는 깊고 뛰어난 경관의 현무암협곡은 이 용암대지를 흐르는 현재의 한탄강을 비롯해 주변 하천들의 오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졌다. 포천 한탄강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폭포는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야미리)의 불무산에서 발원한 작은 하천이 한탄강과 만나는 부근에서 용암대지를 깎아내려(침식작용) 멋진 폭포와 동굴, 깊은 협곡을 만들었다. 비둘기낭이라는 이름은 옛날부터 이곳 동굴과 암석의 갈라진 틈(절리라고 부름)에 멧비둘기들이 많이 서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후략)’

비둘기낭폭포로 내려서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온다. 현무암 침식으로 인한 주상절리와 포트홀, 하식동굴, 협곡이 잘 어울려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듯하다. 한탄강 일대의 지질학적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유익한 장소로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537호.

비둘기낭폭포는 멧비둘기들이 집을 짓고 산다고 해서 명명됐다. 용암의 3개층이 뚜렷이 나타나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비둘기낭폭포는 멧비둘기들이 집을 짓고 산다고 해서 명명됐다. 용암의 3개층이 뚜렷이 나타나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비둘기낭폭포는 용암류 단위의 경계와 각 용암류 단위의 특성을 바탕으로 용암류의 물리적 성격을 유추하는 교육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포천시에서는 지난 연말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자, 한탄강 협곡을 둘러볼 수 있는 비둘기낭에서 멍우리협곡까지 6.2km 구간의 지질트레킹코스를 개발해서 올해 처음 개통해 ‘한탄강벼룻길’이라 명명했다.

비둘기낭폭포와 주상절리, 하식동굴, 포트홀 등을 꼼꼼히 살펴본 후 멍우리협곡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날씨가 매우 춥다. 손을 꺼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차다.

길은 매트를 깔아 걷기 좋게 다져놓았다.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이 다닌 흔적은 별로 없다. 강 위로 가다 강 옆으로 데크를 놓아 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한탄강 일부는 얼었지만 강 중심부는 여전히 흐르고 있다. 흐르는 물은 역시 쉽게 얼지 않는다. 한탄강 양쪽 벽도 주상절리를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 여름에는 숲이 우거져 강줄기를 보는 게 쉽지 않겠다. 반면 시원한 강바람은 그대로 맞겠다.

한탄강래프팅도 시즌만 되면 언제든 개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커다란 천막이 여러 동 보인다. 천막 안에 카누와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벼룻길 중간중간 공원같이 잘 꾸며놓았다. 길을 조성하기 위해 돈을 상당히 들였다고 한다. 겨울엔 추워서 그렇지만 다른 계절엔 걸을 만하겠다.

전망대에서 흐르는 한탄강 줄기를 살펴본다.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는 한탄강을 ‘물의 흐름이 빠른 급류가 많아 여울이 크다는 뜻의 대탄강(大灘江)으로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주상절리와 하식동굴, 포트홀 등이 잘 드러나 있는 재인폭포. 전형적인 두부침식의 형태를 띠고 있다.
주상절리와 하식동굴, 포트홀 등이 잘 드러나 있는 재인폭포. 전형적인 두부침식의 형태를 띠고 있다.

멍우리협곡 이정표가 보인다. 명승 제94호인 멍우리협곡은 평강에서 분출한 용암이 철원평야를 가로질러 화적연을 지나면서 옛 한탄강의 좁은 통로를 통과한다. 그곳이 바로 멍우리협곡이다. 멍우리협곡의 양안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이루고 있다. 협곡이 험해 넘어지면 쉽게 멍이 생긴다고 해서 멍우리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전한다. 멍우리협곡에 위치한 주상절리대는 높이가 30~40m에 달하며, 협곡의 길이는 4km 넘게 펼쳐져 있다.

한탄강래프팅 시작지점인 멍우리협곡은 한탄강과 현무암의 관계, 현무암의 내부구조 및 주상절리, 화강암, 편암, 현무암 등 한탄강의 변천과정과 다양한 지질콘텐츠를 체험하는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포천시에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지질공원이 지자체에 새로운 관광활로를 개척하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멍우리협곡에 도착하자 명성산 산정호수에서 흘러내린 물이 이곳에서 합류한다고 길을 안내한 국가지질공원 해설사 최명호씨가 설명했다. 지도상에는 6.2km였으나 GPS상으로는 6.9km가 나왔다. 약 2시간 10분 소요.

재인폭포의 주상절리와 베개용암의 단면이 잘 드러나 있다.
재인폭포의 주상절리와 베개용암의 단면이 잘 드러나 있다.

수억 년간 지구의 신비 볼 수 있는 암석들

마지막으로 화적연으로 이동했다. 화적연(禾積淵)은 예로부터 우뚝 솟은 화강암 바위가 마치 짚단을 쌓아놓은 것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 기우제를 지내던 9번째 장소였다. 한탄강변의 지형 경관 중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 주는 화적연은 명승 제93호로 지정됐다. 명성산화강암을 뒤덮은 현무암층, 현무암 주상절리, 화강암 암반, 상류에서 공급된 풍부한 모래와 자갈 등 다양한 지형 요소들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어 지형적 가치가 매우 높다. 미수 허목이 ‘화적연기’를 남겼고, 면암 최익현 선생도 금강산유람기에 ‘화적연’이란 시를 남겼다. 뿐만 아니라 진경산수화의 겸재 정선도 화적연의 뛰어난 풍광을 화폭에 담아 냈다.

유 박사는 “화적연에 남아 있는 화강암은 풍화나 침식에 강해 아직까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현무암은 침식에 약해 떨어져 나가거나 떨어져 바닥에 쌓인 층을 형성한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천 화적연은 벼를 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했으며, 화강암이 오랜 세월 풍화를 견디고 남은 부분이다.
포천 화적연은 벼를 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했으며, 화강암이 오랜 세월 풍화를 견디고 남은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한반도 지형의 서쪽 현무암 주상절리는 현무암이 7번 흘러 형성된 지질이라고 하나, 현무암층을 면밀히 분석하면 3개층으로 구분된다고 지질전문가들은 말한다. 제일 밑에는 약 50만 년 전의 판상절리, 중간층은 약 10만 년 전의 주상절리, 제일 위층은 약 4만여 년 전의 암괴가 뚜렷하게 차이난다. 따라서 한탄·임진강 일대는 오리산과 680고지에서 3차례의 화산 분출에 따른 용암이 흘러 주변 일대를 형성했다고 파악한다.

예정된 지질명소 답사와 지질트레킹을 모두 끝냈다. 현무암 중에서도 밑에 있는 부분은 구멍이 숭숭 나 있고, 중간층에 있는 현무암은 구멍 없이 단단하다. 화산이 분출할 때 가스가 서서히 빠져나가 굳었고, 상층부에서는 급하게 빠져나가느라 여기저기 구멍이 생겼다. 화강암은 인수봉에서 보는 것과 같이 매우 단단하다. 화강암의 침식 결과는 마사토로 나타난다.

몇 가지 돌만 살펴봐도 모양과 색깔이 전부 제각각이다. ‘돌들의 대향연’인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의 암석들은 수억 년을 오가는 지구의 신비를 보여 준다.

한탄강 벼룻길 개념도

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 후원서 공식조직으로 전환
세계유산과 같은 격… 2015년 연말 총회서 IGGP 창립

유네스코에는 세계(자연·문화)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의 3대 보호제도가 있다. 이 중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은 공식 프로그램이었고, 세계지질공원은 후원조직이었다. 2015년 11월17일 제3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세계지질공원도 공식 프로그램으로 승인했다. 기존 유네스코 지구과학프로그램(ICGP)과 결합한 IGGP(International Geoscience and Geoparks Programme: 지구과학 및 지질공원 프로그램)를 창립하면서 유네스코 조직으로 개편한 것이다.

이에 따라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표기를 하듯 세계지질공원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으로 바뀌게 됐다. 유네스코 로고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전 GGN(Global Geopark Network: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에서 인증한 모든 세계지질공원은 자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된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3대 프로그램에 자동으로 승계되는 것이다. 단지 신청절차만 조금 까다로워졌다. 공식조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모든 인증절차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역사·문화·생태 등 다양한 유산을 지질공원으로 활용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을 가리킨다.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이 보전이나 보호 위주라 하면, 지질공원은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지질의 대중화를 꾀한다는 목적이다.

우리나라엔 현재 유일하게 제주도가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제주도는 2002년 세계자연유산, 2007년 생물권보전지역에도 지정됐다. 이른바 유네스코 3관왕에 올라 있다. 이후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5년 현재 세계지질공원은 32개국 111개소가 있다. 중국이 31개로 최다국이며, 일본은 7개를 보유하고 있다. 중·일이 전체 40%나 된다. 이 두 나라가 세계지질공원망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으려면 우선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질유산이나 과학적 중요장소, 희소성, 경관미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또한 경관이나 지질요소와 관련된 비지질학적 주제, 즉 생태나 고고·역사·문화 등도 포함돼야 한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환경과 문화를 유지하면서 사회, 경제적 개발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임진강 일대는 지질유산과 과학적 중요성, 희소성, 경관 측면에서는 매우 유리하다. 이를 개발하고 대중화시키는 계기는 지자체와 국가지질사무국이 합심해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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