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파리)에는 빠리역이 없다

 

여행일자: 2006년 01월. 글쓴 일자: 2008.01.07.(다음 블로그에서 옮김)


 <배경음악> : La Playa(안개낀밤의 데이트) by Ngoc Lan: 추후 링크가 끊어지면 음악이 안 나올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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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리(파리)에는 빠리역이 없다 -

유로스타로 해저 터널을 빠져나와 프랑스령으로 들어 왔다. 흰 눈이 간간히 보이는 맨 땅의 겨울 벌판이 몇 시간을 달려도 계속된다. 나뭇잎 없는 앙상한 나무 가지에 겨우살이들이 까치집 모양의 둥지(?)를 틀었다. 끝없는 벌판 저쪽으로 지평선에 노을이 걸린다. 추수하는 장면과 교회가 배경인 밀레의 ‘만종’도 이런 벌판이었으리라 상상해 보며 삶과 일 속에서 여유를 가져 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보았다.

 

빠리 북역에 도착하니 현지 여행사에서 준비해 준 버스가 와 있었다. 빠리 외곽 순환도로를 달려 빠리 남쪽 오를리 공항 앞의 쉐라톤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가는 도중에 보니 쉐라톤이라는 이름의 호텔이 몇 개 보였다. 가이드한테 같은 이름이 호텔이 많은 이유를 물어 보자 다 같은 이름을 쓰는 체인 호텔이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말해 주었다. 실제로 이전에 자기가 인솔했던 손님 중 어떤 분의 얘기라 한다. 그 여행객이 호텔을 빠져 나와 시내에서 한잔 거나하게 하고 택시를 타고선 ‘쉐라톤 호텔로 갑시다!’ 했더니 운전기사가 어디를 갈지를 몰라 빠리 시내의 쉐라톤이란 이름의 호텔 모두를 빙빙 돌았다한다. 결국 그 여행객은 자신이 묵었던 호텔을 찾았지만 택시비는 엄청나게 들었다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한다. 빠리에는 이런 동명(同名) 호텔이 많으므로 호텔에서 나가 개인적인 행동을 할 때는 반드시 자신의 호텔 연락처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한다.

 

                             

개선문의 남성적인 부조

                                                       

                          

 

                           개선문의 다소 여성적인 부조 

                         

다음 날, 빠리 개선문 근처에서 빠리 가이드 조o호 님을 만나 본격적인 빠리 구경을 시작했다.

개선문의 부조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하나는 남성적인 모습이고 다른 쪽은 다소 여성적인 모습으로 서로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런 예술 작품 표현에 있어 대조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은 나중에 로마(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에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격자무늬 도로 형태인 서울 종로나 을지로에서는 길을 가다가 한 블록 가서 우회전하고 다시 한 블록 가서 우회전하고 또 한 블록 가서 우회전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빠리의 도로는 격자형이 아닌 방사선 모양이어서 3번 회전해도 제자리로 오지 않는다. 즉, 도로가 우리나라처럼 바둑판식이 아니라 마름모식 또는 다각형 모양으로 나 있어서 외지인이 길을 잃을 경우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한편 이런 빠리의 도로 형태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최단거리로 가는 길이 이렇게 가거나 저렇게 가거나 같은 목적지에 갈 수 있는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도 될 수 있고 저것도 될 수 있다. 톨레랑스 즉 ‘관용의 정신’이 길에도 나타나 있다고 하겠다.

 

프랑스 사람들은 ‘모’아니면 ‘도’라는 경직된 사고 틀을 가진 사람들과는 달리 각자의 개성과 사고방식을 인정해 준다고 한다. 초등학생이 그림 그리는 종이에 하늘을 칠할 때 교사가 일률적인 파란 색으로 칠하도록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잿빛 하늘, 금빛 하늘을 그려도 그린 사람의 의도를 존중해 주고 각자가 칠한 색을 인정해 준다고 한다. 문화가 사람이 만든 사유물의 결과라고 볼 때, 사고의 유연성은 그가 속한 사회의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 된다.

 

                                       몽마르트 언덕에 있는 사크레쾨르 성당의 아치와 돔 dome 부분

 

몽마르트 언덕은 '순교자의 산'의 뜻으로, 꼭대기에는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사크레쾨르 성당'이 빠리 시내를 굽어보고 있다. 이곳은 빠리 시내라고는 하지만 변두리 언덕이고 빈민촌이라 남의 지갑이나 물건 훔치는 걸로 유명한(?) 집시들이 많다고 한다. 집시라고 해서 낭만적이거나 고상한 사람들이 아니고 그냥 거지로 보면 되겠다. 겨울이라 사람이 적어 여행안내서의 소매치기 조심이라는 말은 실감이 나지 않고 주위 풍경이 고즈넉하고 조용했다. 길거리의 자동차만 없다면 중세의 한가한 성당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거리 화가들이 즐비한 몽마르트 언덕의 어느 골목길을 돌아가도 많은 화가들의 모델이 되었던 장소들이 남아 있다.

 

살아가는 데에는 음식이 필수이고 여행 또한 삶의 일부일진데 여행에 먹는 것이 빠질 수가 없다. 또한 ‘문화의 총체는 음식이다’라는 얘기가 있지 않는가! 한국의 불고기 요리에는 한우 소고기가, 프랑스 요리에는 포도주가 빠질 수 없다. 따라서 음식은 문화의 일부이자 문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편 같은 프랑스에서도 음식에 주로 사용하는 기름이 다르다. 북부는 버터, 남부는 올리브기름이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지리적 여건에 따라 따뜻한 프랑스 남부에서는 많이 생산되는 올리브 기름이 주종을 이룰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음식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점심에는 유명한 프랑스의 전채 요리로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가 나왔다. 짭짤하게 소금을 쳐서 버터에 구워진 것이 우리가 먹던 골뱅이나 우렁이와 비슷한 맛이다. 달팽이 요리의 기원은 포도나무에 많이 들러붙는 달팽이를 처치(?)하다가 달팽이 요리로 변형되어 왔다는 얘기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일본인 마누라와 영국에 살면서 프랑스 음식을 먹고 사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중국인 마누라와 일본에 살면서 영국음식을 먹는 거라나!

 

마누라(여인)는 일본 여자가, 집은 영국, 음식은 프랑스 음식(요리)이 좋다는 우스개 얘기이다.

 

여행 와서 경쟁적으로 명품 쇼핑하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행의 재미중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쇼핑이다. 명품이 아니더라도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자신의 기호품을 애장품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체 여행이기는 하지만 빠리에서 쇼핑시간을 아니 가질 수 없다.

 

- 대표적인 고딕 양식의 노드르담 대성당-

               

뾰죽 아치가 특징인 고딕 양식의 노트르담 대성당(정면)

 

                          

 

                                                   노트르담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노트르담 대성당은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성당으로 겉에서 보는 모습도 웅장하고 멋있지만, 내부의 스테인드 글래스와 장미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환상적이다.    

 

센강(세느강)을 가로 건너는 36개의 다리 중 가장 화려한 다리는 임마누엘 3세 다리이다. 다리 입구의 탑 모양 조각상과 다리 난간에 걸려 있는 여러 조각과 다리 길 따라 좌우에 있는 가로등이 우아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이 곳은 드라마 '파의 연인'에서 주인공이 키스를 했던 곳이라 얘깃거리가 된다. 소설 퐁네프의 연인들에 나오는 유명한 퐁네프 다리는 센강을 가로 지르는 가장 오래된 다리인데 외관상 봐선 그저 그런 평범한 다리였다. 퐁네프 다리 주위 강변 따라 세계에서 가장 긴 노상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 보았던 다리가 눈앞에 있을 때 그 느낌은 다리가 아니라 마음속에 하나의 자리로 자리매김 되는 것 같다.

                    

임마누엘 3세 다리 난간의 조각상을 흉내 내보았다

 

                                     

센강 의 강변도로를 따라 가는 중 다이애나가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는 지하 차도를 지났다. 몇 년 전에 영국 황태자비 다이애나가 탄 승용차가 13번째 교각을 들이받아서 즉사한 곳이라고 하는데 13이라는 것은 만든 얘기 같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도 있지만 사연이 있는 곳도 다리도 길도 많다. 어떤 장소나 유적, 유물 어떤 종류이던지 얘깃거리가 있어야 재미(?) 있는 것 같다.   
 

--發狂하며 發光하는 에펠탑-         

 

                                           월드컵 개최국이었음을 상징하는 월드컵 공 모형이 에펠탑 앞에 놓여 있다.

                      

                                     

 

                                             밤이면 정열의 불빛을 뿜으며 발광(發光)하는 에펠 탑

        

 에펠탑은 320m로 설립된 후 철거될 뻔하다가 방송용 안테나로 전용되고 전망대로도 쓰이고 있는데, 지금은 프랑스와 빠리의 상징으로 아니 유럽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낮에 보면 볼품없는(?) 거무죽죽한 색깔의 철골 주조물이 밤엔 화려한 황금색으로 변신하여 몇 분마다 스트로보 불빛으로 發狂(발광)하듯=미친듯이(?) 發光(발광)하며 뻔쩍대었다. 사람들은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것처럼 감탄을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깊이 있고 우아한 맛은 없어 곧 싫증나는 천박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불꽃놀이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새해 첫날 0시를 불꽃놀이로 요란하게 시작하는 나라치고 고유 문화가 별 볼일 없는 나라가 아닌가 생각해 봤다. 불꽃놀이도 하나의 놀이요 문화임엔 분명하지만 그런 나라들은 자랑할 만한 문화가 적지 않을까? 오히려 새해 시작을 비엔나 왈츠로 시작하는 오스트리아 사람의 문화적 안목을 높이 사고 싶다.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서도 불꽃놀이로 새해를 시작하는 곳이 있는데 불꽃놀이 말고 다른 행사는 없겠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렇지만 불꽃놀이와 결합시킨 또 다른 멋진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불꽃놀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센강의 진주라는 유람선 '바또무슈'를 밤에 탔다. 에펠탑이 지척에 보이는 퐁드 랄마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1시간 반 정도 세느강을 오르내렸는데, 영어, 불어, 일어, 중국어, 한국어로 선내 안내 방송을 해 주었다. 날씨가 추워 갑판 위에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어둠속이기는 하였지만 유람선이 왕래하는 센강 양측에는 현대식 건물은 거의 없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했다. 화려하고 높은 빌딩이 없는 것이 오히려 더 아름다운 가치를 발산하는 것 같았다. 노트르담 성당 쪽을 운행할 때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방송으로 틀어 주었다. 낮은 주파수의 웅장한 저음이 소름을 돋게 하였지만 유람선 관광 회사의 서비스 정신이 돋보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서비스가 관광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며 관광객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에(오전 8시에 호텔 출발) 주말에만 열린다는 벼룩시장을 들렀다. 그런데 도로가 무척이나 깨끗하였다. 가이드에게 그 연유를 물어보니 새벽에 사람들이 도로에 나오기 전에 청소차가 다니면서 도로를 물청소를 힌다고 한다.  물차가 도로의 더러운 쓰레기들을 물을 뿌리며 씻어내면 청소 미화원들이 따라 지나가면서 흩어져 있는 쓰레기, 담배꽁초 등을 마저 치운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낮 시간에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다니다가 꽁초를 도로에 함부로 버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담배꽁초를 길가의 쓰레기통을 다 없애서 그렇다는 얘기가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길거리에 담배 버리는 것을 처벌하자는 법률 제정을 노동자들이 반대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도로가 너무 깨끗하면 일거리가 줄어 청소부를 적게 고용하게 되고 그 결과 실업자가 늘게 될까봐 그렇다고 한다.

 

        

속칭 베드로 고기 (사진 출처: 인터넷 서핑)

                      

벼룩시장에는 이국적이고 낯선 갖가지 꽃과 과일, 식육 가공품, 생선, 의류, 생필품 등이 야시장 골목 양측 통로에 즐비하였다. 특이하게 생긴 베드로 물고기도 볼 수 있었는데 가이드가 미리 설명 해주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넘어 갔을 것이다. 이렇게 여행안내 책에 잘 소개되지 않고 가이드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얘기를 듣는 것도 가이드 투어의 좋은 점으로 생각되었다. 또 하나 가이드에게 들은 얘기중 하나는, 프랑스 아이들이 어릴 때 선호 직업으로 여자 아이들은 미용사 남자 아이들은 소방사가 꿈이며, 이태리 남자 아이들은 축구 선수 아니면 깐쵸네 가수가 꿈이라는 얘기였는데 그네들의 선호 직업을 얻어 들을 수 있었다. 

 

 

여행할 때 그 곳의 풍경과 문화 유적을 둘러보는 당연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곳 또는 그 유적이 가지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느끼고 배우고 확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빠리 가이드 조 선생님은 소위 양모 씨와 함께 빠리 가이드 선구자로 불리는 분으로 대단한 박식가이셨다. 그 분은 그 자신이 대단한 독서가이셨으며 책을 많이 보라고 우리 팀원의 학생들에게 강조하였다. 가이드하는 도중에도 그런 박식한 면면을 잘 보여주었다. 루브르 박물관도 단체 여행의 짧은 일정이므로 이것저것 다 볼 수 없었다. 가이드가 선별해준 유물을 중심으로 둘러 볼 수밖에 없었는데 조 선생님은 이것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철학적 의미를 잘 풀어 설명해 주었다.

       

 

                                      암수가 한 몸인 자웅 동체 Hermaphrodite (사진 출처: 인터넷 서핑)

      

 

루브르 전시물중 여자의 유방과 남자의 성기를 가진 조형물을 보고 남자, 여자 양성의 특징을 가진 것을 순수한 우리말로 무엇이냐고 조 선생님이 퀴즈를 내셨지만 우리 팀은 맞추지 못했다. 양성기관(자웅동체)을 가진 자를 ‘어지자지’ 또는 ‘남녀추니’ 또는  '사방지(舍方知)', ‘반음양(半陰陽)’이라 하는데 영어로 Hermaphrodite 라 했다. Hermaphrodite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상적인 남성의 상징인 헤르메스(hermes)와 이상적인 여성의 상징인 아프로디테 (Aphrodite)를 결합시킨 것으로 상징화된 이상적 인간을 말한다. 서양인들은 동일 개체(個體)에 암수 양 성기를 갖추고 있는 것을 이상적인 인간으로 삼고 있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이런 양성자의 모습을 아름답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고 경외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었고 숨기고 싶은 대상이었다. 이런 점을 보면 동, 서양의 사고 체계나 관습의 형성된 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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