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3대가 복을 받아야 융프라우요흐를 볼 수 있다고? -스위스 편-
여행일자: 2006년 01월. 글쓴 일자: 2008.01.07.(다음 블로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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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쪽에 있는 리옹역에서 TGV를 타고 스위스로 가는 몇 시간 동안 프랑스의 넓은 평원을 원 없이 보았다. 차안에는 우리 같은 외국 여행객들도 있었지만 주말을 알프스 쪽에서 보내려는 사람들도 여럿 볼 수 있었는데 행색으로 보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기다림도 여행의 일부이다.
우리는 로잔 역에 정시에 도착하였지만 우리를 픽업할 버스 기사가 이탈리아에서 이 곳으로 오는 도중 폭설에 길이 막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몇 시간을 기다렸다. 모든 세상 일이 매끄럽게 돌아갈 수 없는 것! 이렇게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도 여행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였다. 하기야 이 당시 이탈리아에서 올라오던 다른 한국 여행팀은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폭설로 인해 고속도로가 막혀 스물일곱 시간을 버스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이들에 비하면 우리가 몇 시간 기다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고, 내일 올라 갈 알프스 융프라우요흐의 날씨가 좋기를 기원했다.
두 호수 사이에 끼어 있는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인터라켄(Interlaken)에 밤늦게 들어 왔다. 주위에 보이는 산록에는 눈들이 쌓여 있다. 크기 않은 규모의 길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용 육각형의 장식등이 가로등에 달려 있다. 이 곳 사람들이 의도한 바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 결정체 모양의 장식등은 이 곳 밤거리가 마치 동화 속 같은 환상적 풍경으로 느껴지게 하였다.
異國에서 합창한 월드컵 응원
저녁을 먹으러 현지 식당에 들어가는데 곱슬머리에다 오뚝한 코를 가진 종업원이 ‘안녕하세요?’ 밝게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이렇게 비록 외국인이지만 우리말로 정감 있게 인사하는 데 기분 나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록 여행 가이드가 우리가 간다고 미리 예약한 곳이긴 하지만, 음식이 나오는데 다소 지체가 되었다. 아까 먼저 인사를 했던 그 종업원은 ‘빨리빨리! 언니! 오빠! 기다리세요!’를 중간 중간 외쳐 대며 힘든 서빙을 하며 미소를 잃지 않는다. 이 종업원의 이름을 ‘에디르라’ 라고 메모를 해 두었는데 혹시 메모된 것이 식당의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에디르라가 월드컵 응원가를 튼 다음 태극기를 꺼내고 ‘대~한민국! 짝 짜~짜 짝! 짝!’ 월드컵 응원 분위기로 한국인 손님들에게 응원 동참을 유도한다. 피부와 얼굴 모습, 눈동자 색깔이 우리와 다른 사람이 한국 응원을 합창하는 재미있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한국 응원을 듣고 따라 하는 동안에 여행의 피로를 잊을 수가 있었으며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종업원의 손님에 대한 서비스 하나로 이 식당에 대한 흐뭇한 인상은 깊이 남아 있다.
잘못된 편견을 가진 고정 관념은 사태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다음날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가기 위해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탔다. 열차를 두 번이나 갈아탔다. 안내 지도를 보니 융프라우요흐 등 알프스의 산들이 지도 위쪽에 표시 되어 있고 등산 철도와 두 개의 호수가 그려져 있다. 동쪽에 있는 등산 철도 출발역이 인터라켄 오스트(Interlaken ost)인데 지도 좌측에 표시되어 있었다. ‘보통 지도를 보면 좌측이 서쪽인데 이 지도에는 지도 좌측에 東驛(동역)이 있다?‘ 순간 지도가 잘못 표시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나라 지도를 보더라도 위쪽 북쪽에 백두산, 우측에 동해, 좌측에 서해가 아니던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나의 착각이었다. 이 안내 지도는 북쪽에서 남쪽에 있는 알프스를 보는 입장에서 지도가 그려진 것이므로 동쪽역인 인터라켄 오스트(Interlaken ost)가 지도 좌측에 표시되는 것이 맞는 것이었다. 지도의 위쪽은 무조건 북쪽이라는 고정 관념이 빚어낸 나의 착각이었던 것이었다. 만약 등산가가 이런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산행 한다면 등산가의 생명이 위험해 질 수도 있을 것이리라. 태양(해)은 대부분 남쪽에 떠 있을 것이라는 고정 관념도 지구 남반부에서는 바뀌어야 한다. 즉, 남반구에서는 해가 북쪽 방향에서 주로 움직이므로 해가 잘 드는 방향은 북쪽이 될 것이다.
겨울 알프스 정상에서 맑은 하늘을 보려면 三代가 德을 쌓아야...
안개 낀 계곡을 뚫고 산으로 올라가니 날씨는 점점 청명해 졌다. 높은 산봉우리에는 황금색 햇빛이 비쳐지더니 눈이 있는 곳은 곧 푸른빛을 띠는 흰 빛으로 바뀌었다. 열차는 눈이 쌓인 철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고, 우리가 지나 왔던 산 아래 계곡은 구름 파도에 묻혀 하얗고 커다란 호수로 되어 버렸다.
산아래에서 구름이라 생각 했던 것이 산속에서는 뽀얀 안개이다. 안개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산 아래 마
을의 살레(Chalet 스위스 전통 가옥)가 고도가 올라갈수록 성냥갑 만하게 보이다가 산 정상에 가까워지니 아예 조그만 점으로 보인다. 겨울에 많은 날씨의 융프라우요흐를 보는 것은 三代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얘기가 거짓말처럼 너무나 맑아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융프라우요흐의 스핑크스 전망대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크고 길다는 알레치 빙하가 보인다. 스핑크스 전망대의 테라스에서 눈던지기도 하고, 만년설에 덮인 아이거 북벽, 묀히 봉우리, 알레치 빙하 외 주변 빙하 등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었다. 점으로 겨우 보이는 산 아래 마을을 망원경으로 조망하니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만화경 보는 기분이 들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느라 시간이 꽤나 지났는지도 모르다가, 약간 메스꺼워 지는 고산병 초기 증세가 나타나서 전망대 내로 들어 왔다.
같이 간 일행이 이 산 정상에서 꼭 먹어 봐야 한다며 끓인 라면을 먹자고 하였다. 나는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보낼 엽서를 쓰느라 그 라면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라면 맛이 끝내줬다는 일행들의 말이 있었지만, 나는 나대로 유럽 최고 높은 곳에 있는 우체국에서 즐겁고 행복한 엽서 쓰기를 했으니 후회는 없었다. 귀국 후, 식구들이 유럽 최고봉에서 보낸 그 엽서를 보고 고맙고 감격스럽다는 인사까지 받았을 줄은 그네들은 몰랐을 것이다
기차역의 철도길 바로 옆이 스키장?
열차는 알프스 산을 내려오는 내내 스키장들을 끼고 내려오는 것 같다. 어떤 역에서 스키를 등에 맨 청년들 몇 명이 기차에서 내린다. 그들은 열차 바로 옆 불과 사오 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설상차를 타더니 기찻길 옆 둔덕을 그대로 내리 달리며 손을 흔들어 준다. 눈이 쌓여 있으니 바로 설상차로 달릴 수 있는 것이었다! 파란 하늘에는 자가용 비행기가 하얀 연기구름을 뿜으며 날아가고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레포츠를 즐기면서 유유자적 하고 있었다. 이런 모든 장면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여행을 좀 더 재미있고 즐겁게 해주기 위한 찬조 출연으로 생각되었다. 오! 즐거운 세상~!
노란 대변(?) 사건
동행하는 일행 중 한 분이 가방 속에서 아침에 챙겨온 간식 꺼리를 꺼내다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신다. 손자를 안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노란 색깔의 어린 아이들 대변이 손에 묻은 듯 하다. 연유를 알아보니 아침 호텔 뷔페에 삶은 계란이 있기에 간식으로 먹으려고 몇 개를 가방 안에 챙겨 넣었는데 그것이 깨져 노란 물이 새어 나왔다는 것이다. 계란을 완전히 익힌 것이 아니라 반숙된 계란이 사건을 일으켰던 것이다. 인솔자 얘기로는 호텔에서도 처음에는 완전히 익힌 계란을 내 놓았었는데 한국 사람들이 하도 가져가는 바람에 이제는 계란을 반숙으로 내 놓는다는 것이었다. 스위스 뷔페에서 삶은 계란을 꼬불치지 말 지어다!
이제 버스를 타고 이탈리아로 내려간다. 가는 도중에 스위스 남동부 지역의 알프스를 지나야 하는 데 상당히 높은 고갯길을 버스가 한참이나 올라간다. 올라가는 동안 깊은 구름 안개 속을 통과해 갈 때 잠시 비를 뿌리는 가 싶었지만 곧 활짝 갠 날씨가 되었다. 며칠 전에 온 듯한 눈이 길가에 눈이 오륙십 센티는 쌓인 것 같다. 그러나 도로는 다 녹아 있다. 도로에 열선을 깔아 두었다 한다.
터널 내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교훈
고타르 터널(전장 17키로)을 앞두고 일차선을 달리는 차들은 막힘없이 씽씽 잘 달리는 데, 내려가는 이차선 쪽 길은 트럭들이 제대로 내려가지 못하고 거의 서있다 싶을 정도로 정체가 심했다. 이런 현상은 터널을 지나고 나서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맞은쪽에서 올라오는 길의 트럭들의 정체가 심했다. 올라오는 버스나 자가용은 정체 없이 잘 달린다. 몇 년 전에 터널 속에서 유류를 싣고 달리던 트럭이 전복되어 화재가 났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질식한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일정시간 동안 터널 속을 통과하는 트럭 수효를 제한하기 때문에 트럭의 정체가 있다는 인솔자의 설명이었다.
버스가 고타르 터널을 빠져 나오고 한참을 더 달리고서야 어둠이 깔리는 이탈리아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였다. 국경이라고는 하지만 톨게이트처럼 생겼는데 여행객을 태운 버스가 다소 서행하며 접근하자 그냥 통과하라는 손짓을 보낸다. 여권 검사 없이 참 싱거운 국경통과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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