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두 마리 사자는 서로 다르게 조각될까?

           글쓴 일자: 2015.11.21 (다음 블로그에서 옮김)  

 

-부제-  예술가의 마음을 찾아서 –변용(變容)과 파격(破格)의 미-

 

평소에 늘 궁금해 하던 의문이 있었다. ‘두 마리 사자 조각상을 표현할 때, 예술가들은 왜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지?’ 라는 것으로 다시 말해 ‘왜 두 마리 사자가 다르지?’ 라는 것이 의문

이었다.

 

속리산 법주사의 쌍자자 석등(국보 5호)의 사자 모습을 보면 사자 한 마리는 입을 벌리고, 또

다른 사자는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보았던

사자 모습이나 유럽의 성당이나 박물관에서 보았던 두 마리 사자 조각상 역시 서로 다른 모습으

로 표현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파리 세느강의 화려한 다리인 임마누엘 3세 다리의 사자

조각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조각된 사자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는 입을 벌리고, 다른 하나는 입을 다물고 있는 
속리산 쌍사자 석등의 사자 조각


독일 뮌헨에서 만났던 앞다리를 모으고 입을 다문 사자 조각


독일 뮌헨에서 본 앞다리를 벌리고 입을 벌린 사자 조각 

두 사자의 모습을 표현할 때 입을 벌리거나 다물고 있는 모습으로 달리 표현하는 것 말고도,  앞발과  다리를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거나 아니면 옆으로 벌린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사자 얼굴을 정면으로 향하게 하거나 약간 옆으로 돌린 얼굴 모습으로 표현하거나, 꼬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거나, 꼬리를 말아 엉덩이에다 붙이는 등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티칸 성당에 있는 사자 石像(석상) 2마리 역시 우측 사자와 좌측 사자가 서로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즉 한 마리는 입을 벌린 채 눈을 뜨고 앞발은 벌리고 꼬리를 감고 있지만, 다른 한 마리는 입을 다문 채 눈을 감고 앞발은 모으고 꼬리를 펴고 있다. 
 

중국 계림에서 만난 입을 벌린 사자와 입을 다문 사자상
두 모습의 사자-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천문시계

 

    
     서로 다른 두 모습의 사자 조각상-황산-청대(淸代)거리
    
      서로 다른 두 모습의 사자 조각상 -마닐라 대성당 앞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벽에는 여러 개의 사자 얼굴 조각이
   있으나, 맨 우측 하나만 다른 얼굴 모습이다.


인도 아소카 石柱(석주) 柱頭(주두)의
서로 다른  사자 입 모양


(참고) 사진출처: 아쇼카 石柱(석주)의 사자 柱頭(주두)
http://search.daum.net/search?w=img&q= %EC%95%84%EC%87%BC%EC%B9%B4%20%EC%84%9D%EC%A3%BC&docid=33g6QHjI2wS04lsNap&DA=IIM
국보 35호 화엄사 4사자 삼층석탑 사자의 다른 입 모양


중국 계림과 황산의 청대(淸代)거리, 싱가폴의 중국 사원과 필리핀 마닐라 성당 앞에서도 입을 벌린 사자 조각과 입을 다문 사자 조각을 볼 수 있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의 벽 조각도 대조적인 사자 얼굴 모습이다. 이러한 다른 모습의 사자 조각은 두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있을 때도 표현되고 있는데, 국보 35호 화엄사 4사자 삼층석탑의 사자의 입 모양이 서로 다르고, 인도 아소카 石柱(석주) 柱頭(주두)에서도 서로 다른 사자 입 모양이다.

이처럼 동, 서양을 불문하고 두 사자의 모습을 표현할 때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칭은 미(美 아름다움)의 기본 요소

               

 

                   완벽하고 아름다운 대칭 –인도 타지마할-

대칭은 아름답다. 사람의 얼굴이나 손을 봐도 그러하다. 좌우가 같은 모습이라야 아름답다.  사람들은 대칭의 아름다움을 통해 완전하고 이상적(理想的)인 모습에 대한 동경과 갈망을  추구하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얼굴학(?)’의  대가인 조용진 교수도 ‘대칭인 사람이 더 매력적일 뿐 아니라, 더  건강하다.’고 하였다. 즉, 대칭은 건강한 유전자와 큰 사고 없이 살아 왔다는 증거이다.

 

선천적인 결함이나 큰 사고가 아니면 대부분 사람들의 얼굴은 대칭에 가깝다. 그러나 이런 대칭의 모습이 심히 어그러지면, 추한 얼굴 (추남, 추녀)라거나, 소위 병신(病身)이라고 놀림감이 되고 만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건축물을 보더라도 대부분 대칭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미(美)의 기준의 하나로 대칭성을 꼽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름다움은 크기와 배열에 있다'고 하며 배열에 일정한 질서가 있는 것을 중요시 했다. 일정한 질서라 함은 대칭과 반복이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인도의 타지마할은 좌우 대칭의 좋은    예이며 우리나라의 불국사의 석가탑(불국사 삼층석탑), 다보탑의 아름다움도 그에 못지않다.

 

        
        불국사의 석가탑(불국사 삼층석탑)의 아름다운
         
         불국사의 다보탑의 아름다운 대칭

 

석가탑(석가여래 상주 설법탑-국보 21호)의 문화재명은 불국사 삼층석탑인데 일명 ‘무영탑(無影塔)’이라 불린다. 장식적인 조각이 없는 간결한 2층 기단 위에 3층을 올린 전형적인 석탑 양식으로, 날렵한 옥개석과 물매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날씬한 비례가 멋지다.









전형적 석탑의 명칭  출처:
http://search.daum.net/search?w=img&q=%ED%83%91%EA%B3%BC%20%EB%B6%80%EB%8F %84&DA=IIM




다보탑의 세부 명칭  출처:
http://search.daum.net/search?w=img&q=%EB%8B%A4%EB%B3%B4%ED %83%91&docid=33VMKcfl6FD1x2bE7d&DA=IIM

한편 다보탑(다보여래 상주 증명탑-국보 20호)은 전형적인 석탑 양식이 아닌 변형탑이다. 4개의 계단이 있는 정사각형의 기단 위에 1층은 목조(木造) 한옥(韓屋)의 기둥처럼 속이 보이게 네 개의 돌기둥(石柱 석주)을 세웠고, 1층 지붕은 처마를 갖춘 사각지붕이다. 2층 하부는 사각 난간이 둘러쳐져 있고 지붕은 팔각이다. 2층 중간부는 팔각 난간과 연꽃이 위로 활짝 핀 圓形(원형)의 앙련(仰蓮) 대좌이며 그 위에 팔각 옥개석 지붕이 있다. 맨 위쪽 상륜부는 사각의 노반과 둥근 모양의 복발 등 사각에서 팔각, 팔각에서 원형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변화를 주었다. 

변용(變容)의 미(美), 파격(破格) 의 미

대칭이 아름답다 해서 대칭의 아름다운 형태와 질서가 반복되게 되면, 대칭의 아름다움에 타성과 지루함이 생기고 결국 예술적 감흥이 줄어들게 된다. 다시 말해 늘 같은 모습으로 반복 표현된다면, 그 예술품은 생기가 없어지고 아름다움은 사그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둘 다 똑 같으면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나태와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 대칭에 변형을 주거나 소위 파격적인 모습을 도입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왼손과 오른손처럼 양측의 조형이 비슷하고 대칭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예술가가 두 마리의 사자를 표현할 때 똑같은 모습으로 조각하지 않는 것은 동형 반복의 지루함을 피하기 위함일 것이다.  

 

                 

                     입을 벌린 모습의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와 입을 다문 모습의 '훔금강 力士'

                     사진은 법주사 청동 대불 아래에 조각된 금강역사로, 석굴암의 금각역사를 모조한 것이다.

 

한편 예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함이 개입되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사상이나 종교적 이유로 건축물이나 조각 작품에서 좌, 우 대칭의 모습이 아닌 변용(變容)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일예로 석굴암 전실(前室) 좌우에 조각되어 있는 금강역사(金剛力士)는 예술적 고려보다는 종교적 상징으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조각되었을 것이다. 금강역사는 인왕역사(仁王力士)라고도 하며, 입을 벌리고 오른쪽을 지키는 분이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 입을 다물고 왼쪽을 지키는 분이 밀적금강(密蹟金剛)이다. 위의 금강역사 사진들은 석굴암의 금강역사를 모작한 작품으로 법주사의 대불 아래에 조각되어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포즈의 신상(神像) -인도 산치 대탑-

 

불탑의 원형(原形)인 인도 산치 대탑(Sanchi 大塔 아소카 왕과 산치 대탑)과 힌두 사원의

문지기  신상(神像)도 서로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중국 사원의 용(龍)의 조각도 서로달랐다.

이처럼 작가가 똑같은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을 피하는 것 다시 말해 동형(同形) 반복을 회피

하는 것은 동양 서양을 불문하고 공통적인 현상이 아닌가 한다. 

              

 

              

              서로 다른 포즈의 힌두교 사원의 문지기 신상(神像)

 

어찌되었거나 비대칭이나 변용(變容)된 것에서는 생동감과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변용(變容)은 파격적인 청자 연적의 꽃잎과 창덕궁 후원(昌德宮後苑 = 비원(祕苑))의 부용지(芙蓉池)에서도 만날 수 있다.


 

                  

 

                       창덕궁 後園(후원)의 부용지의 멋진 소나무 배 치

비원(祕苑)의 부용지(芙蓉池)는 땅을 상징하는 사각형 연못인데, 네 모퉁이 중 한 모퉁이만 물고기가 새겨져 파격의 미를 보인다. 부용지의 한 가운데는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의 둥근 섬이 있는데 그 섬에는 수직과 수평의 비례가 멋진 소나무가 있어 파격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멋은 파격(破格)에 있다

우리나라 수필가 피천득님은 여럿 배열된 연꽃잎 중 조금 튀어나온 이파리가 '파격의 미'라 하였다. 

 

- 이하  피천득의 수필(隨筆) 중  -
 
덕수궁(德壽宮) 박물관에 청자 연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본 그 연적(硯滴)은 연꽃 모양으로 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整然)히 달려 있었는데,
다만 그 중에 꽃잎 하나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이 균형(均衡)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破格)이 수필인가 한다.
 
한 조각 연꽃잎을 옆으로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餘裕)를 필요로 한다.
 
  연꽃 봉오리 모양의 청자 연적(靑瓷 硯滴)
청자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ospitalx&logNo=90076700860

파격(破格)의 미(美) 조화(調和)의 미

불국사 일주문을 거쳐 천왕문을 지나 들어오면 가운데 우뚝 솟은 범영루(泛影樓)가 있다. 범영루

(泛影樓) 좌측에는 자하문으로 올라가는 백운교, 청운교가 있고 , 범영루(泛影樓) 우측에는 안양문으로 올라가는 연화교, 칠보교가 있다. 

 

청운교나 백운교는 사바세계에서 피안의 세계로 건너가는 다리이며, 자하문(紫霞門)은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자하문(紫霞門)은 보랏빛 노을의 문이란 뜻으로 홍하문(紅霞門)과 뜻이 통하는데, 붉은 광명과 함께 부처님이 계시는 세계로 들어섬을 상징한다. 따라서 자하문(紫霞門)을 지나 석가탑, 다보탑이 있는 영역은 부처님의 영역인 불국토(佛國土)이다.

 

인간의 영역인 청운교, 백운교쪽보다 석가모니가 모셔진 대웅전과 부처님을 상징하는 석가탑과

다보탑 영역은 한 계단 더 높은 위치이며, 대웅전 역시 아미타 부처님이 모셔진 극락전보다 약간 더 높은 위치에 있다.          

 

 

불국사의 배치도 출처:

http://pds1.cafe.daum.net/download.php?grpid=X8NN&fldid=13bN&dataid=116&fileid=1?dt=20050314020610&disk=13&grpcode=konhistory&dncnt=Y&.jpg

화려한 범영루(泛影樓), 청운교, 백운교와 소박한 좌경루(左經樓), 연화교, 칠보교

 



        화려하고 장식적인 범영루 뒤에는 소박한 석가탑이...

 
  소박한 좌경루 뒤쪽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다보탑이...

 

장식이 화려하고 웅장한 범영루 뒤쪽에 단순 소박한 석가탑이 배치되었고, 단순 소박한 좌경루 뒤쪽은 장식적이고 복잡 화려한 다보탑을 배치시켰다. 또한 규모가 크고 웅장한 청운교, 백운교의 두터운 모습을 보완하기 위해 세로로 길쭉한 기둥 모양의 석축을 배열하였고, 보다 소박한 연화교, 칠보교의 석축은 가로가 긴 석축을 배열하므로써 규모가 크게 보이도록 착시를 유발시켰다. 참으로 기묘한 대비와 균형을 적용시킨 멋진 건물 배치와 석축 배열이 아닌가!

 

 
  가로가 긴 석축을 쌓은 연화교, 칠보교 
 
  세로가 긴 석축을 쌓은 청운교, 백운교

자연과 인공미가 조화된 불국사 축대



불국사의 가구식 석축(보물 제1745호) -좌경루 쪽 
 
불국사의 가구식 석축 -서쪽 회랑 바깥쪽-

불국사의 가구식 축대(架構式 築臺)는 보물 1745호로 지정되어 있다. 불국사 범영루나 좌경루의 축대뿐만 아니라 서쪽 회랑 바깥쪽 축대에는 다듬지 않은 돌로 쌓은 석축이 있다. 이렇게 불규칙인 형태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무게(荷重 하중)가 고루 분산되지 못해 깨지거나 무너졌을 것이다. 부정형(不定形)의 다듬지 않은 돌로 쌓은 축대지만 아주 정교하게 잘 맞춰져 있어, 오랜 시간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옛사람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불국사를 찾았다가, 평소에 늘 궁금  하던 ‘왜 두 마리 사자가 다르지?’라는 물음의 해답을 얻었다. 그것은 ‘변용(變容)과 파격(破格)의 미(美)는 결국 대칭과 조화(調和)되는 아름다움(美)’이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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