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약 20여 년 전) 내 나이 50도 훨씬 안 되었을 때이다.
그 때 나는 의사로 일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진료중인 보호자로 따라온 예닐곱 된 아이가 '할아버지, 사탕 주세요~'하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나는 '할아버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순간 깜짝 놀라 당황했지만 아이 앞이라 '의사선생님~ 사탕하나 주세요.'라고 말해야지 라고 점잖게 얼른 타이르곤 사탕을 쥐어 주었다. 아이에겐 다음부터는 '할아버지라 부르지 말고 의사선생님이라 그래라'라고 일렀다.
그런데 며칠 뒤 그 녀석이 와서는 또 '할아버지, 사탕 주세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야~ 이놈아, 내가 어째 할아버지냐? 의사선생님이지'하고 장난스럽게 윽박질렀다. 그랬더니 그 녀석이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머리가 하야니 할아버지잖아요'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많지는 않았지만 새치 흰 머리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흰 머리 칼이 있으니 할아버지가 맞다’